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6인6색 ‘바링허우’의 꿈과 현실

등록 2018-10-11 19:30수정 2018-10-11 19:58

우리는 중국이 아닙니다
알렉 애쉬 지음, 박여진 옮김/더퀘스트·1만8000원

하루키를 좋아하는 다하이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공부보다는 온라인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자칭 ‘루저’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프레드는 박사 출신의 전도양양한 인재다. 교사인 엄마가 부끄러워할 정도로 놀기 좋아하며 음악에 빠진 루시퍼는 록스타가 꿈이다. 열일곱살에 문신을 하고 집에 들어온 미아는 미국 드라마 <프렌즈>에 푹 빠져 있으며 <보그> 같은 패션잡지를 사모으는 패셔니스타다.

이밖에 시골에서 부모의 기대를 잔뜩 받고 자랐지만 취업하기보다는 빈티지 옷가게를 차리는 등 나만의 일을 하고 싶은 샤오샤오, 대학에 들어간 뒤 게임중독에 빠진 스네일 등 6명의 인물들은 태어난 곳도 각자의 꿈도 다르지만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천안문 사건이 벌어졌으며 중국의 자본주의화가 가파르게 진행된 1989년 즈음에 태어났으며,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삶을 열망하는 중국의 청춘들이다. 이들과 같은 세대로 십년 가까이 중국에 살아온 저자는 중국 젊은이들의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 이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베이징 주변 도시에서 신장위구르의 우루무치까지 중국 각 지역에서 공산당원, 군인, 농부 등의 부모에게 영향 받고 자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변하는 중국, 그리고 사회와 체제보다 더 큰 보폭으로 변하는 청춘의 초상을 스케치한다.

변하는 중국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상실감을 그린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한장면.
변하는 중국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상실감을 그린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한장면.

지은이도 외부자이긴 하지만 밖에서 필터링된 중국사회를 봐오던 독자들에게 이들이 사는 방식은 다소 뜻밖으로 보일 수도 있다. 루시퍼는 중국 주석의 이름도 모르고, 다하이는 인터넷에서는 반정부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력하다. 가장 현실적인 성공을 꿈꾸며 체제순응적인 엘리트 프레드도 혼란에 빠져 있다. 이들은 기득권층인 공산당원과 고통받는 농민공, 마윈 같은 자수성가형 중국인 가운데 어디에도 끼지 않는 새로운 세대이면서 또 한국, 일본 등 이웃 나라 젊은이들과 비슷한 고민과 꿈을 가졌다.

변하는 중국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상실감을 그린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한장면.
변하는 중국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겪는 상실감을 그린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한장면.

책은 이 여섯 인물들의 출생에서 성장, 현재까지 교차편집해 보여준다. 이들의 증언을 전달하고 해설하기보다는 이들의 경험과 마음의 풍경을 영화처럼 묘사한다. ”한가한 낮이나 밤이면 건물 바깥 포장도로는 싸구려 담배를 피우거나 짙은 녹색병의 칭다오 맥주를 마시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꾀죄죄한 청바지 차림이었고 몇몇 학생은 뾰족한 모히칸 스타일 머리에 가죽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 독자에게 더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의 성장배경이 한국의 근과거 또는 현재와 겹치기 때문이다. ‘지식이 운명을 바꾼다’는 가훈을 내걸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지금 자신들의 유일한 존재 목적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안정된 직장을 찾고 정착하기를 바라는 부모세대와의 갈등을 겪는 모습이 우리 풍경과 꼭 닮아 실소가 나온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