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살림·1만4000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한 은둔자가 아니었다.” 27년 동안 숲속에 살면서 세상과의 접촉을 완전히 끊고 1000여 건의 절도 행각을 벌인 사람이 있다. <숲속의 은둔자>는 1986년 어느 날 수줍음 많고 똑똑했던 20살 청년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돌연 고향 매사추세츠를 떠나 미국 메인주의 노드숲 속으로 사라진 실화를 다루고 있다. 2013년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라 불리던 그가 체포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도대체 왜?’라고 묻기 시작했다. 저널리스트인 지은이 마이클 핀클도 그의 삶과 생각에 매혹됐다. 지은이는 책을 쓰기 위해 나이트를 감옥에서 아홉 차례 면회했고, 그의 재판정마다 참관한다. 은둔자의 야영지를 수차례 답사하며 “고립을 위한 그의 헌신”이 얼마나 절대적이었는지 면밀히 관찰한다. 또 정신과 의사, 변호사, 경찰, 가족에 이르기까지 그와 관련된 140여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의 ‘사회적 자살’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기행’(奇行) 취재기라기보다는 인간의 고독, 생존, 철학에 대한 고민의 기록으로 읽힌다. 책이 보여주는 나이트는 은둔자의 전형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텐트에 살면서 주식으로 마카로니 앤 치즈를 먹고, 라디오를 들으며, 훔친 휴대용 게임기로 포켓몬 게임을 했지만, 대부분은 그냥 ‘무위’의 시간을 보내며 나무를 관찰하고 자연에서 명상했다. 야영지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 고작 3분 거리에 있었다. 언제든지 따뜻한 잠자리와 좋은 음식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2년간 그를 취재한 지은이는 말한다. “나이트는 살기 위해 뭘 했나? 그는 살기 위해 살았다.” 우리 모두처럼.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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