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흐름출판·3만원 눈앞. 맞닥뜨리는 건 구체적 현실이다. 과거에 살았던, 현재를 살고 있는, 앞으로 살아갈 누군가가 부딪쳐야 할 운명이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각각 한 줄기 도(道)의 빛이고 한 가닥 한 가닥의 직선이며 아주 고독한 것이라고 상상한다”. <역사, 눈앞의 현실>에서 시선들은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교차한다. 책의 원제는 ‘눈앞’(眼前)이다. 이 책은 책읽기가 직업인 타이완의 문화평론가 탕누어가 2000여년 전 춘추시대의 역사서 <좌전>을 읽은 결과물이다. <좌전>은 공자가 쓴 <춘추>를 해설한 주석서지만, <역사…>는 <좌전>의 주석서가 아니다. 탕누어는 춘추시대의 인물과 욕망, 사건 들에 세계적 문학가와 사상가 들의 사유를 접속시켜 과거를 새롭게 조명하고 현재의 문제를 성찰한다. 지식인(정치인), 글쓰기(저자), 꿈(귀신), 정욕, 평화, 전쟁, 음악, 시간 등 8가지를 소재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문학작품”으로 본다. 정나라의 집정관 자산(子産)의 얘기에서 시선의 교차가 뚜렷이 드러난다. 자산의 눈앞은 강대한 나라들 틈에 끼어 전쟁터가 된 약소국의 현실이었다. 탕누어는 중국 대륙의 위협에서 늘 생존을 걱정하는 섬나라에 서 있다. 우리 눈앞 한반도가 2000여년 전 정나라에 더 가깝다. “오직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다. 이런 점이 정말 사람을 슬프게 한다.” 저자는 이런 운명에 공감하며 쓸쓸해 한다. 그러면서도 “작은 나라 국민은 더 깊은 사유를 시작하면서 큰 나라 국민은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한다”며 변방의 사유를 긍정한다. <춘추>가 한 시대 전체의 역사책이 된 것도 작은 노나라에서 쓰였기에 그랬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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