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중이었던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를 완성한 지 올해로 200년이다. 이에 맞춰 한글로 된 <역주 목민심서>(전7권)가 새롭게 독자들을 만난다.
출판사 창비는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역주 목민심서> 전면개정판을 공개했다. 창비는 1978~1985년 8년에 걸쳐 6권짜리 <역주 목민심서>를 낸 바 있다. 한국 한문학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벽사 고 이우성 선생을 필두로 해서 1975년 다산연구회 모임이 시작됐고, 여기서 독회와 역주 작업이 이뤄졌다. 고 김진균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과),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사학과),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학계 원로들이 모두 연구회 회원으로 참가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 교수였던 회원 6명이 해직을 당하자 학교에서 작업을 하지 못해 회원들의 집과 인사동의 표구사 건물 등을 전전하기도 했다. 48권 16책으로 이뤄진 방대한 분량의 <목민심서> 완역은 당시 처음이었고, 현재까지도 우리말 완역본은 창비판이 유일하다. 당시 번역에 참여한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한문교육과)는 “유신 말기와 신군부 독재 하에 이뤄진 이 작업을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진행했었다. 또한 박정희 독재가 나온 배경이 된 근대란 무엇인지 성찰하고 이를 반성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사상을 제대로 연구해야 한다는 자각에서 <목민심서>를 번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34~38년 신조선사에서 간행한 <여유당전서>를 저본으로 삼았는데, 2012년에 발간한 정본 <여유당전서>에 포함된 <목민심서> 부분은 창비의 번역본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는 것이 임 교수의 설명이다.
다산연구회는 2015년부터 다산의 <목민심서> 집필 200주년, <역주 목민심서> 출간 40주년이 되는 올해 전면개정판을 출간하기로 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임 교수가 2년에 걸쳐 표현을 현대적으로 다듬고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반영했다. 초판 번역 당시로선 알 수 없어 ‘미정’이라고 표시한 부분들도 이번에 모두 의미를 밝혔다.
<역주 목민심서>는 이날부터 네이버지식백과에서 1권의 일부를 선보인 이후 내년까지 독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전권을 공개하는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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