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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칼럼집 ‘무명의 말들’ 낸 역사학자 후지이

등록 2018-12-31 18:25수정 2019-01-01 12:11

‘한겨레’ 칼럼 44편 등 묶어
‘깊이 있는 시선과 문장력’
서문서 “이 책은 ‘유고집’”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            <한겨레> 자료사진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후지이 다케시 박사는 2014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겨레> 칼럼난 ‘세상읽기’ 필자였다. ‘깊이 있는 시선과 날카로운 문장.’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보인 공통 반응이었다. 그가 쓴 44편의 <한겨레> 칼럼과 다른 매체에 실린 글 2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무명의 말들>(포도밭 펴냄).

책엔 3쪽짜리 ‘서문을 대신하여’가 실려 있다. 이런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은 ‘유고집’입니다. ‘글쓴이 후지이 다케시’는 죽었고, 그가 남긴 글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선언’의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문구가 있다. “저의 부끄러운 삶을 직시해야만 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인터뷰를 청하는 지난 27일 기자의 이메일에 그는 “유고집이라고 내놓은 책에 대해 저자가 뭐라고 하는 것도 우습다”고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학문적 관심사를 묻는 말엔 “이제 저는 전혀 학문을 하고 있지 않기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했다. 가장 공들여 쓴 칼럼이 뭐냐는 물음엔 “칼럼은 2~3일 정도 시간을 들여서 썼다. 특별히 시간을 들여서 쓴 칼럼은 없다”고 했다.

그는 ‘서문을 대신하여’에 마음을 바꿔 출판을 결심하게 된 사연을 적었다. 요약하면 어떤 블로거가 자신의 글을 소개한 걸 봤는데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글을 보면서 제가 내놓은 글이 이미 제 것이 아님을, 제가 마음대로 묻어버릴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보다 한 살 어리다고 밝힌 이 블로거는 저자의 2015년 4월12일 칼럼 ‘명복을 빌지 마라’에 오래 눈이 머물렀다고 했다. 칼럼엔 이런 내용이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피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깨닫고 자신을 가해자로 만든 위치에서 벗어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블로거는 “내가 세상을 잘 모른다고 단정한 것도 나를 피해자로 만들어 집단 속에 몸을 숨긴 것은 아닌가”라고 자문했다.

후지이 다케시 박사의 칼럼집 <무명의 말들> 표지.
후지이 다케시 박사의 칼럼집 <무명의 말들> 표지.

칼럼이 책이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을 좁혀 미시적으로 검토하는 문장들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보편적 울림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지이 다케시 칼럼은 책이 됐다. 첫 칼럼(‘멈춘 세월, 흐르는 시간에서’, 2014년 6월1일)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세월호란 고유명사를 부각시키는 일은, 사실은 망각을 위한 준비 단계로 봐야 한다”며, 특정 소수의 문제로 한정시키는 고유명사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썼다. “4·16이라고 부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세월호를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4·16’은 분명히 공유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죽은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느낀 우리 자신의 붕괴감이다. 그 암담한 심정, 슬픔, 분노가 4·16이다.”

책 제목은 지난해 4월2일 칼럼 ‘무명으로 돌아가기’에서 땄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주어진 이름을 반납하고 무명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짓기 위한 첫걸음이며, 그것은 권력에 대한 가해자가 될 때 가능해진다.”

“‘무명으로 돌아가기’가 후지이 칼럼의 핵심 주제라는 생각에 ‘무명이 되기를 권함’을 제목으로 (저자에게) 제시했더니 너무 길다면서 ‘무명의 말들’로 하자고 하시더군요.” 최진규 포도밭 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2000년 2월부터 서울에서 산 저자가 얼마 전 일본으로 떠났다고 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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