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소수자 논의는 주변부에서 출발”
“지금은 모두가 소수자인 정체성 폭발기”
“이광수는 퀴어소설 세계 열면서 닫아”
“지금은 모두가 소수자인 정체성 폭발기”
“이광수는 퀴어소설 세계 열면서 닫아”
편집부 기획/민음사·1만4000원 새해 벽두에 민음사가 비평 전문 무크 <크릿터>를 창간했다. 민음사는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를 내고 있는데, ‘크릿터’란 비평가를 뜻하는 ‘크리틱’과 ‘릿터’를 결합해서 만든 말이다. <크릿터>는 1년에 한 번 나올 예정이고, 창간호 특집은 페미니즘으로 잡았다. 2010년대 후반, 문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도 가장 뜨거운 주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으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계 고발-항의의 연대는 단발적 이슈의 층위를 넘어서, 문학(예술)의 젠더 형식뿐 아니라, ‘누가’ ‘어떻게’ 문학을 대표해 왔는지의 조건을 질문에 부쳤다. (…) 1990년대 이후 내내 한국의 이론, 담론 현장에서 전개된 타자, 소수자 논의가 비로소 얼굴과 신체를 가진 구체적 타자로 등장했다. 이것이, 평론의 언어 혹은 이름 있는 기성 작가의 목소리가 아닌 작가 지망생, 독자의 경험과 고발 등에서 시작된 것도 기억해야 한다.” 김미정은 페미니즘 문학 운동이 기성 문단이 아닌 이른바 ‘주변부’에서 비롯했음에 주목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오늘날 독자는 문학의 중요한 주체로 호명된다”고 주장한다.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독자의 목소리가 현실 세계에서 발화되고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이슈를 생성함으로써 문학성을 획득한 작품”으로 평가한 박혜진의 글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이렇게 출발한 페미니즘 문학 운동이 “문학(예술)의 허용(불)가능한 다양성의 범위와 질을” 물어야 한다며 김미정은 순천과 칠곡 할매들의 글쓰기처럼 “재현미학의 규준에 미달/초과하는 무수한 쓰기와 예술의 현재도 동등하게 소중하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물론 그는 일본의 사례를 들며 “소동이나 문제제기 자체가 예술적 평가라고 착각되는 경향의 위험성을 경고”하길 잊지 않는데, 문학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질적 판단을 유보 내지 폐기함으로써 스스로 함정에 빠졌던 80년대 민중문학의 사례가 떠오르기도 한다.
민음사가 창간한 비평 전문 무크 <크릿터>는 ‘페미니즘’을 창간 특집으로 삼았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페미니즘으로 쓰는 인권선언 추진단’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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