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리프먼 지음, 구계원 옮김/문학동네·1만5800원 남성들과 비슷한 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발성 교육을 받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갖추기 위해 과외를 받으며, 더욱 능력 있는 여자처럼 보이기 위해 하이힐에 부은 발을 밀어넣는 여성들. <월스트리트저널> 저널리스트 출신인 조앤 리프먼은 남성들이 구축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여성들을 “여행지에서 잘 적응하려고 끊임없이 현지인 흉내를 내는 여행자”로 비유한다. 그러나 여행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현지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현지인’들의 태도 변화 없인 공동체에 속하는 게 불가능하다. 리프먼은 미국의 여러 기업의 현장 취재, 각종 연구 결과, 자신과 친구·지인들의 경험 등을 토대로 여성들이 직장에서 어떻게 도태되고 사라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통상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남성들은 능력 있다고 평가받지만, 여성 임원이 동료들보다 자주 발언하면 덜 유능하다고 평가받는다. 반면 남성들의 의견은 여성들보다 더 신뢰성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남성들이 과도하게 여성들의 발언에 개입하는 ‘맨터럽트’(manterrupting), 동료 여성의 아이디어를 남성이 가로채는 ‘브로프로프리에이팅’(bropropriating),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설명을 늘어놓는 ‘맨스플레인’(mansplain) 같은 용어들이 보편화된 이유다. 한국에선 아직 낯선 사례지만, 남성으로 성전환한 과학자는 이전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지만 반대의 경우엔 인색한 반응이 나온다. 리프먼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때 성과가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가령 1950년대 미국에서 대히트를 친 신소재 밀폐용기 ‘타파웨어’의 성공은 남성 개발자와 여성 마케터가 손잡았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평등한 사회는 남성에게도 평등한 사회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처럼 딸은 아들처럼 키우고, 아들은 딸처럼 키울 때까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