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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론 대학 서열화 못 바꾼다”

등록 2019-03-22 06:00수정 2019-03-22 20:04

위기의 대학을 넘어서
윤지관 지음/소명출판·1만9000원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영문학과)는 본업이 영문학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대학에 관해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연구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80년대, 2000년대 두 차례 사학 분규가 있었던 덕성여대에서 구재단과의 싸움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2012년 사학 문제에 대한 조사를 위해 ‘사학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를 결성했고, 이 단체는 2016년 대학구조조정 문제에도 대응하기 위해 한국대학학회로 확대 개편됐다. 윤 교수는 학회 초대회장을 맡으며 지난 10년간 본업인 영문학 연구는 접어두다시피 하면서 대학 문제에 천착해왔다. <위기의 대학을 넘어서>는 그가 다양한 매체에 발표해온 대학 정책과 관련된 글들을 묶은 책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한겨레 자료 사진
이 책의 첫 번째 글은 진보 진영에서 주장해왔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짚는 글이다. 네트워크는 자격시험이나 내신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각 지역에 있는 국립교양대학을 다니게 한 뒤 이후 지망과 대학 성적을 토대로 네트워크 내의 대학으로 진학하게 하고, 공동학위를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나아가 사립대학 공영화를 추진해 궁극적으로 대다수 대학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윤 교수는 일단 네트워크가 1960년대 대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대학 교육이 대중화되던 시기에 도입된 프랑스 파리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체제를 절충한 데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을 적어도 3분의 1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한국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이 대부분 국립인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와 달리 국공립대학이 20%도 안 되는 한국에서 이 정책은 국립대라는 새로운 일류대를 만들어내는 기획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상위 1만명의 좁은 문이 3만7천명으로 넓어지기만 할 뿐 일류대를 지향하는 정책 방향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평준화가 아닌 특성화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네트워크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전문기술을 교육하는 전문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부재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윤 교수는 4년제 대학을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나누고, 취업과 기술교육 중심의 2년제 전문대의 특성을 각각 분명히 하자고 말한다. 여기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사립대학들을 공영화시켜 국공립 중심의 대학편제로 바꿔가는 것이 대학 체제 개편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이 같은 네트워크 수립조차 장기 계획으로 미뤄두고, 박근혜 정부에서 해왔던 방식대로 대학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평가를 통해서 상위권 대학은 두고 대신 하위권 대학들은 퇴출해서 대학 서열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식 그대로라는 것이다. 대신에 그는 특성에 따른 맞춤형 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중심대학은 학부 정원을 줄이는 대신 대학원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문대는 정부가 인수해 국가가 전문 기술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제안이다. “서열화 완화와 공공대 중심 체제로의 개편은 무엇보다 전문대나 지방 중하위 대학 가운데 살릴 수 있는 대학들을 정부나 지자체의 재원으로 공영화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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