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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더 쉽게 읽히는 ‘자본’ 번역에 공들여”

등록 2019-03-29 06:01수정 2019-03-29 19:52

자본 Ⅰ-상, 하
카를 마르크스 지음, 황선길 옮김/라움·각 권 2만9000원

그동안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 번역은 항상 사건으로 다뤄져 왔다. 1987년 운동권 학생들이 번역하고 강신준 현 동아대 교수가 검토한 이론과실천판 <자본>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출판사 대표가 감옥에 가야 했다. 1989년 고 김수행 서울대 교수가 영어판을 번역해낸 비봉출판사판 <자본론>은 검사가 기소를 검토하다 포기한 일화로 유명하다. 2008~2010년 강신준 교수가 길출판사에서 낸 <자본>은 독일어 원전을 완역했다는 학문적 의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나간 것일까. 지난해 5월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이 번역한 <자본론> 1권은 조용히 세상에 나왔다. 이달엔 황선길(56·사진) 인천대 겸임교수가 번역한 <자본> 1권이 출간됐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판본이 세 종이나 되는 상황에서 황 교수는 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본> 번역을 결심한 것일까?

황 교수는 2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로자 룩셈부르크의 <자본의 축적>을 번역하면서 기존 <자본> 번역서들을 봤다. 내가 읽어왔던 독일어판의 내용과 달리 오역이나 너무 어렵게 번역을 한 대목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2년 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정치경제학과 사회심리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고, 빌헬름 라이히의 <파시즘과 대중심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번역을 계속 고쳐가는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고 아예 지인들과 함께 출판사를 차려 여기서 책을 냈다. 내년까지 <자본> 2, 3권 번역도 마칠 계획이다. 이후엔 <자본>의 핵심을 담은 요약본을 낼 생각도 있다

그는 “<자본>의 대중화”를 위한 번역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특정 번역본을 언급하길 꺼리면서 “어떤 번역본에는 ‘기계 장치가 노동자를 해방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그건 실제론 ‘노동자를 해고해 대기시킨다’는 걸 잘못 번역한 것이다. 또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형이상학적 개념이라고 너무 어렵게 번역한 대목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원문의 뜻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복문 형태의 긴 독일어 문장을 끊어 번역하는 등 가독성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주변의 아는 노동자들에게 선물했는데 이제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다고 하더라. 노동자들이 <자본>이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니 지식인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마르크스를 직접 읽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인에 대한 종속을 타파해야 한다.” 책 말미에 ‘청년이 읽은 <자본>’이라는 제목으로 한 젊은 연구자의 글을 실은 것도 이런 취지를 잘 보여준다.

대중이 직접 <자본>을 읽어야 마르크스에 대한 오해를 벗겨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르크스라고 하면 북한이나 소련, 중국을 떠올리지만 그런 나라들은 마르크스와 전혀 관계가 없다. 마르크스는 국유화를 말한 적도 없고 국가주의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원한 것은 자유인의 결합체였다. 그것은 협동조합이나 지역공동체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일반 대중이 <자본>을 직접 읽고 스스로 대안을 찾아가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사진 황선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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