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프리차드 지음, 이정우 옮김/페이퍼스토리·2만3000원 1928년 독일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던 에리히 살로몬은 파리에서 켈로그-브리앙 조약을 체결하는 강대국 수상들의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통상적으로 언론이 싣는 엄숙하고 진지한 순간이 아니라 최고위층 인사들이 격의 없이 농담하고, 하품하고, 잡담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런 사진을 통해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정치인들은 “각료들 없이 회의를 열 수는 있어도, 살로몬 박사 없이는 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의 사진을 중요시했다. 자신을 “카메라를 든 역사가”라고 칭했던 살로몬은 수많은 역사의 현장을 찍고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했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솔직하고 적나라한 모습을 담아낸다’는 의미를 지닌 ‘캔디드 카메라’라는 말을 태어나게 한 살로몬이 썼던 카메라는 독일 에네만사가 만든 소형 카메라 에르마녹스였고 이 카메라는 살로몬을 통해 역사에 남았다. 사진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50개의 카메라를 소개하는 이 책은 공학 기술의 성취와 찍는 이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피사체의 힘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사진의 특수한 매력과 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1830년대 사진의 개척자들이 나무 상자로 만든 첫 카메라부터 비용을 낮춰 “모든 사람의 품으로 사진을 가져온” 브라우니(1900), 작고 정교한 디자인 덕에 스파이 카메라로 명성을 쌓은 미녹스(1937), 쉬운 작동법으로 엄청나게 팔린 코닥 인스타매틱100(1963) 같은 카메라의 ‘전설’들뿐 아니라 디에스엘아르(DSLR)를 대중화시켜 지금까지 널리 쓰이고 있는 캐논 EOS 5D 마크Ⅲ 등의 탄생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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