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한성1918 부산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에서 남아공 작가 준 밤 허치슨이 발표하고 있다.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세계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제8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이 26~7일 부산에서 열렸다.
반년간 <지구적 세계문학>을 간행하는 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와 문화사랑 백년어가 주최하고 이 연구소와 부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연구소, 경희대 범아프리카문화연구센터, 부경대 인문사회과학대가 주관한 포럼에는 카메룬 작가 겸 인류학자 프란시스 니암조, 남아공 작가 준 밤 허치슨, 인도 고등연구원 원장인 마카란드 파란자페 네루대 교수, 오키나와 소설가 사키야마 다미, 타이완 소설가 샤만 란보안,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학 교수 미겔 로차 비바스, 쿠바 호세 마르티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이자 아바나대학 조교수인 페드로 파블로 로드리게스 로페스 등 국외 문인·연구자 7명과 김수우 문화사랑 백년어 대표, 우석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문학연구소 교수, 조정민 부경대 일문과 교수 등 국내 문인·연구자 17명이 참여했다.
첫날 오전 10시부터 부경대 미래관 CEO홀에서 열린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세 대륙의 목소리’ 세션에서 니암조 케이프타운대 교수는 ‘불완전성: 개척자 아프리카와 자율적 공생의 통용’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그는 나이지리아 작가 아모스 투투올라(1920~97)의 소설 <야자열매술꾼>을 예로 들면서 인간의 불완전성을 적극적·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에 따르면 “불완전성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며, 서구 제국주의 문명의 특징인 합리주의와 이원론, 절대성에 대비되는 유동성과 다양성, 상호의존성을 고양한다.” 이렇듯 불완전한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자율적 공생(conviviality)이라는 삶의 방식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율적 공생은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는 “관용, 신뢰, 평등, 포괄성, 공동거주, 공존, 상호 합의, 상호 작용, 상호 의존, 환대, 친화성, 축제, 정중함”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니암조가 말하는 불완전성은 서구의 근대 합리주의가 억제하고 배척한 ‘근대 이전의 지혜’와도 통하는 것으로, 근대 이후 서구의 침략과 지배로 고통받은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세 대륙 주민들의 연대와 협력, 더 나아가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세계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도 중요한 시사가 될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파란자페 교수는 ‘유럽중심주의를 넘어: 21세기 지구적 문학 연구’라는 발표에서 기존 서구 중심주의를 벗어난 ‘객관적’ 세계문학을 정립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구미의 세계문학론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세계문학’이라는 말 자체가 오염되고 한계가 분명한 만큼 ‘지구적 문학 연구’라는 중립적이고 비공식적인 용어로 바꾸고 “다양한 정전(canon)들과 다양한 개념들로 구성된 열린 문학 연구”를 제안했다.
27일 오전 10시에는 부산 중앙동 문화공간 백년어서원에서 사키야마의 강연이 진행됐고, 오후에는 부산생활문화센터 한성1918에서 ‘비서구문학, 상상력의 새로운 연대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이틀째 포럼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의 발표와 토론을 거쳐 마련해 온 ‘비서구 현대세계문학선집’ 작가 및 작품 목록에 관한 세부 논의를 벌였다.
행사를 마련한 김재용 지구적세계문학연구소장(원광대 교수)은 “그동안 비서구 작가들은 서구의 매개를 통해 세계에 알려지는 데에 익숙했었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은 비서구 작가들끼리의 교류와 연대의 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며 “서구 중심주의에 갇힌 세계문학 정전을 비서구적 관점에 입각한 새로운 세계문학 정전으로 바꾸는 게 포럼의 궁극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부산/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26일 오후 부산 부경대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문학포럼 중 ‘아시아의 목소리’ 세션에서 문학평론가 하상일 동의대 교수가 토론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