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지음, 강경덕·김세서리아 옮김/그린비·2만원 <젠더 트러블>, <혐오 발언>의 저자로 미국의 저명한 페미니스트이자 퀴어 이론가인 주디스 버틀러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1997년에 쓴 <권력의 정신적 삶>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됐다. 버틀러는 이 책에서 헤겔과 니체, 프로이트, 푸코, 알튀세르, 라캉 등 다양한 철학자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석해, 그가 꾸준히 다뤄온 주체 일반의 형성 메커니즘과 성적 주체성의 문제를 다룬다. 번역자인 김세서리아가 쓴 후기를 보면, 이 책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는 정신적인 것 안에 어떻게 권력의 효과로서 예속화와 그 예속화의 조건으로서 자아/주체가 접합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버틀러가 권력과 정신의 관계를 세밀하게 논의하는 부분에선 푸코나 알튀세르가 명확히 다루지 않은 예속의 양가성에 대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다. 버틀러는 기존의 주체에 대한 논쟁들이 어떻게 양가성을 드러내 보이는가에 주목한다. 행위성의 도구이자 조건인 주체가 어떻게 동시에 종속의 효과이자 행위주체성을 탈취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가? 종속이 행위주체성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이라면 행위주체성은 어떻게 종속의 힘에 반하여 사고될 수 있는가? 버틀러에게서 ‘예속’이란 종속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주체가 되는 과정을 포함하는 의미를 지닌다. 버틀러는 푸코가 권력을 설명하면서도 정신의 전복적 힘은 간과한 지점이 있다고 비판적으로 인식한다. 버틀러는 프로이트의 리비도적인 욕망과 법, 금기 논의를 활용하며 무의식이 권력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무의식을 소유한다고 주장한다. 버틀러의 권력에의 예속과 종속, 주체화에 대한 설명은 젠더화된 정체성과의 연관성으로 이어진다. 그는 동성애적 우울증을 중요한 논제로 소환해 젠더 정체성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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