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의 중국 노정을 밟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기획/아르테·각권 2만5000원 1931년 1월 중국 상하이. 백범 김구(1876~1949)는 처음 만난 이봉창의 객기 어린 주담에 주목했다. “당신들은 독립운동을 한다면서 일본 천황을 왜 못 죽입니까?” 그날 밤, 백범은 이봉창이 묵는 여관을 조용히 찾아갔다. 그해 12월, 두 사람은 이별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봉창은 태극기를 배경으로 수류탄 2개를 양손에 들고 씩 웃었다. 도쿄에서 일왕 히로히토를 폭살하려는 계획이었다. 이듬해 1월 거사는 목적을 이루지 못했지만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해 4월, 윤봉길이 김구를 만나 “마땅히 죽을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청했다. 얼마 뒤 홍커우 공원에서 수류탄 폭발음이 의거의 성공을 알렸다. <백범의 길-임시정부의 중국 노정을 밟다>는 1919년 백범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1945년 해방 조국에 돌아오기까지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한국과 중국 학자 11명이 샅샅이 되밟은 역사기행서다. 최초로 백범의 상하이 탈출 경로를 밝히고, 긴박했던 순간을 재연했다. 중국에서 백범의 삶은 임시정부 활동과 궤를 같이한다. 의연한 결단의 순간들 뒤로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가 지난해 <백범의 길-조국의 산하를 걷다>(상·하)를 낸 데 이어, 백범 서거 70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편 출간으로 백범의 일생과 임시정부 30년사를 완결지었다. 현장을 보는 듯 생생한 이야기체 서술, 역사 유적의 그때와 현재를 보여주는 풍부한 자료사진, 상하이-항저우-난징-광저우-충칭 등 여덟 곳을 옮겨다니며 싸웠던 임시정부의 행적을 보여주는 지도, 백범과 주변의 주요 사건을 정리한 연표가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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