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고인류학계 이단아’ 그는 왜 연구를 공개하나

등록 2019-08-02 06:01수정 2019-08-02 21:14

올모스트 휴먼
리 버거·존 호크스 지음, 주명진·이병권 옮김/뿌리와이파리·1만8000원

1990년대 중반, 부강한 나라의 고인류학자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발견된 사람속 화석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 서로 경쟁했다. 화석의 해부학적 특징을 밝혀낼 동안 실제 화석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발견자들만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학계에 널리 퍼졌고, 실제로 1994년 남아공에서 발견된 ‘작은 발’(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은 발견된 지 12년이 지나도록 연구 결과가 공유되지 않았다.

<올모스트 휴먼>의 저자이자 고인류학자인 리 버거는 이같은 학계의 풍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인물이다. 저자는 발견된 화석은 가능한 한 빨리 학계에 공유해야 하며, 공개적인 심사를 거쳐야만 연구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2008년 남아공에서 발견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화석의 연구 과정을 완전히 공개했고, 직접 복제품을 만들어 사람속 화석을 소장하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주요 박물관에 보내기도 했다. 2013년에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 남아공에서 발견한 ‘호모 날레디’ 화석은 발굴 과정부터 전 세계에 ‘생중계’했고, 작업 일지와 성과를 꼬박꼬박 블로그를 통해 알렸다. 심지어 좁은 땅속 동굴을 통과해 화석을 발굴할 학자(저자는 이들을 ‘지하 우주인’이라 불렀다)를 페이스북으로 공개모집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어렸을 적 들판에서 한 화살촉을 찾으며 고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순간부터, 호모 날레디 화석을 발견해 성과물을 내놓기까지 저자의 여정이 담겼다. 남아공 자연환경보전지역에서 화석을 발굴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마치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두개골의 크기, 치아의 배열, 손가락의 길이 등 화석의 형태를 인류의 특성과 비교하는 작업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인류 기원의 무한한 상상력에 압도된다.

“유전학자들은 그 데이터에 기반을 둔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디엔에이(DNA) 서열을 공유하고, 천문학자들은 망원경과 다른 기계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공유한다… 정보를 공유하고 논문에 이름을 같이 올리면서 우리는 함께 연구를 진행했고, 더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호모 날레디 화석에 대한 첫 논문을 폐쇄적인 전통 논문 저널이 아닌 공개접근 정책을 따르는 신규 과학 저널에 제출했고, 동시에 화석 스캔 결과를 한꺼번에 공개해 누구든 복제품을 만들어 연구할 수 있게 했다. ‘먼지 속을 샅샅이 찾아 과거와의 연결점을 찾는다.’ 저자의 작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연구에는 누구나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그의 남다른 신념 때문이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