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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그물침대에 누워서 / 한승원

등록 2019-11-01 06:00수정 2020-07-03 11:42

그물침대에 누워서                 한 승 원

딸이 보내 주어서 ‘달 긷는 집’ 마당의

정자에 설치한 그물침대에 누워 흔들흔들

세상을 흔든다

흔들거리는 세상을 즐긴다

허공에 걸린 채 흔들거리는 또

하나의 세상 속에 내가 떠 있다

노인은 가끔씩 어리광하듯 흔들리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물침대는 가르친다 흔들림은 황홀한 일탈이다

사랑도 흔들림이고 시도 흔들림이다

어른어른 세상이 흔들리는 가벼운 멀미 속에서

눈을 감으면 보인다 아득한 길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시집 <꽃에 씌어 산다>(문학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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