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전대호 옮김. 지호 펴냄. 1만5000원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전대호 옮김. 지호 펴냄. 1만5000원
‘2020년, 로봇은 사람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고 감정까지 지니며, 암을 일으키거나 막는 유전자의 정보는 완벽할 정도로 확보되리라.’
과학 대중화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영국 왕립연구소(RI) 소장이자 신경과학자인 수전 그린필드의 <미래>(지호 펴냄)는 정보기술, 생명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같은 첨단기술의 미래뿐 아니라 미래 기술이 우리 삶과 정신을 어떻게 얼마나 바꿔놓을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미래 기술은 우리 사회와 생활을 바꾸며, 결국엔 우리 생각과 느낌, 정체성까지 변화시킬 게 분명하지 않은가. 특히 뇌과학자로서 그는 정신병이나 약물, 꿈, 지나친 뇌 활동이 두뇌의 퇴보를 일으키는 현상이 관찰되는 것처럼 신기술들은 우리의 개인화한 뇌와 정신의 중요성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개인성의 상실’이다. 또 ‘사생활의 종말’이다. 모든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이버 영역이 등장하고 확장하면서 은밀한 사생활은 그야말로 종말을 맞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공적 생활 또는 집단화한 자아만이 이해될 뿐, 사적 생활 또는 개인적 에고(ego)는 그 뜻조차 퇴색할지로 모른다고.
테러 역시 위험한 미래상이다. 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은 우리 사회를 혁신할 매우 강력한 미래 기술이지만, 개인이나 소집단이 이를 이용해 대형 테러의 참사를 일으키는 일이 사상 최초로 가능해졌다는 경고다. 엄청난 돈과 장비 없이도 기술 지식만 갖춘다면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오늘날 첨단 과학기술의 수준에 서서 미래에 등장할 생활양식, 로봇, 일, 생식, 교육, 테러의 양상들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펼쳐보인다. 그러나 인간 개체 복제까지 불가피한 미래로 내다보거나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술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고 체외수정 같은 생식기술이 보편화하리라는 그의 예측들은 여러 군데에서 복잡하고 민감한 생명윤리와 안전성 논란을 소홀히 다룬 채 나타나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