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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먹는 자 먹히는 자, 고기서 고기다

등록 2019-11-08 06:01수정 2019-11-08 09:26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김태권 지음/한겨레출판·1만5500원

“몇 해 전 부터 족발을 먹을 때마다 불편한 생각이 듭니다. 만화가 최규석의 ‘사랑은 단백질’이라는 단편 만화를 봤거든요. 주인공 자취생들이 치킨 배달을 시킵니다. 그런데 족발집 사장님이 대신 배달을 오고, 치킨집 사장님은 밖에서 슬피 울고 있지요. 족발집 사장님 정체는 돼지고 치킨집 사장님은 닭입니다. 치킨집 사장님이 왜 우는지 짐작하시겠지요. ‘우리 병돌이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아이였소. 그것만은 알고 먹어주시오.’”

치킨, 보쌈, 수육, 삼겹살, 생선회까지…. 고기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데다가 닭발, 족발, 내장, 껍데기, 하다못해 꼬리까지 두루치기로 사랑하는 육식 마니아지만 웃어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고기’라는 재료 하나만으로 온갖 요리 향연이 펼쳐지는 세상, 저자 김태권은 고기라는 한가지 주제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육식’이란 인류 문명의 역사, 정치, 문화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글쓴이가 직접 그린 (기괴해 보이는 이유까지 친철하게 설명해 둔) 그림을 곁들인 책은 총 7장. 1장부터 먹고 먹히는 관계의 역전, 인간 또한 언제든 잡아먹힐 수 있다는 공포와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며 시작한다. 한발 더 나아가 미켈란젤로는 ‘이것’만 먹고 다비드 상을 만들었고 채식주의자 간디는 근대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먹었다는 식으로, 역사 속 ‘고기 일화’와 함께 비윤리적 공장식 축산, 식탁 위 빈부 격차, 고기 대체재에 대해 다양한 견해까지 풀어냈다.

그래도 육식마니아는 끝내 고민을 떨칠 수 없었다. 고기를 먹으란 걸까, 먹지 말라는 걸까? 저자는 예상이라도 한 듯 책 끄트머리에서 답한다. “육식에 대한 고민은 개인의 결단에 달려 있지만, 우리 모두 이것만은 잊지 않기를. 먹히는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먹는 자나 먹히는 자나, 고기서 고기란 말씀.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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