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인류학자가 추적한 가축과 작물의 역사
“진화는 일방적 지배가 아닌 서로 길들여지는 것”
“진화는 일방적 지배가 아닌 서로 길들여지는 것”
앨리스 로버츠 지음, 김명주 옮김/푸른숲·2만5000원 리처드 도킨스는 “고고학의 아름다움은 두 고고학자가 똑같은 데이터를 보고서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데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고학을 실로 우아하게 포장한 헌사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소설’ 쓰지 말아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아주 제한적인 화석과 뼈다귀들에 의거해 수천 수만 년 전의 생활상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계의 정설은 몇 년을 주기로 엎치락뒤치락 한다. 이 분야 최고 논쟁거리 중 하나가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됐을까'이다. 1만년 전 신석기인이 늑대를 의도적으로 선택해 길들였다는 게 정설(인위선택)이었는데, 정착 부족의 쓰레기장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청소동물(늑대)이 스스로 가축의 삶을 선택했을 거라는 가설(자기길들임 혹은 자기가축화)이 나오더니, 이번엔 수렵채집인이 살던 3만년 전 구석기 시대로 훌쩍 뛰어 늑대도 개도 아닌 ‘늑대-개'가 기원일 것이라는 주장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어슴푸레한 과거를 추적하는 도구는 고고학 말고 셋이 더 있다. 역사학, 지질학 그리고 유전학이다. 특히 유전학은 최근 들어 분자유전학이라는 강력한 도구로 개량돼 논쟁의 해결사 노릇을 한다. 시료를 구하기 어려워 그렇지 디엔에이(DNA)만 분석하면 종의 분기, 서식지, 식생활 같은 대략적인 것들이 나온다. 지은이는 ‘네 가지 도구’를 들고 인간이 길들인 개, 밀, 소, 옥수수, 감자, 닭, 쌀, 말, 사과 그리고 자신을 길들인 인류까지 10종의 역사를 추적한다. 네 가지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것은 인간 문화와 동물 유전자와 상호작용을 꿰뚫는다는 얘기이다. 비슷한 주제로 많이 읽힌 브라이언 페이건의 <위대한 공존>보다 한 발 나아갔다.
개는 아주 작은 ‘치와와’부터 큰 덩치의 ‘그레이트 데인’까지 다양한 변이를 보여준다. 찰스 다윈은 이런 인위선택의 양상을 통해 진화이론의 기초가 되는 자연선택의 영감을 얻었다. 구석기개와 유사한 그린란드개. 출처 위키미디어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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