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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현모양처 틀 벗어난 실천 철학자 장계향

등록 2020-01-23 17:26수정 2020-01-24 02:41

장계향, 조선의 맛을 글로 쓰다

설흔 지음/주니어김영사·1만2000원

“홀아비, 과부, 노인, 고아 같은 이들을 불쌍히 여기셨다. 당신의 일처럼 걱정하셨다. 어렵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소홀히 대하지 않으셨다. 보이지 않게, 티 나지 않게 몰래 도와주셨다.” (정부인안동장씨실기 중에서)

‘정부인안동장씨’는 현존하는 최초의 한글 요리책으로 알려진 <음식디미방>(1672)의 저자 장계향이다.

<정부인안동장씨실기>(실기)는 그의 아들이 썼다. <장계향, 조선의 맛을 글로 쓰다>는 지은이가 <음식디미방>과 <실기>에 상상을 불어넣어 장계향의 삶을 재조명한 소설이다. 장계향은 과거에는 ‘현모양처’라는 틀에 갇혀 해석됐으나 시간이 흐르며 시인, 화가, 사회사업가 등 다양한 수식어를 얻게 된 인물이다. 책은 여성의 삶을 옥죄는 유교사회 조선에서 끊임없이 사유하고 행동했던 ‘실천적 철학자’ 장계향에 초점을 맞췄다.

지은이는 장계향에게 찾아온 여종, 아들, 이웃, 고아 등 일곱명의 손님과 (이들이 좋아했던) 계란탕·청어젓갈·석류탕 등 일곱 가지 음식 조리 과정을 보여주며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녔던 장계향의 삶을 그린다. 어려서부터 <소학>을 읽고 10살에 시를 지을 정도로 ‘선비의 기질’을 보였지만 ‘여자아이는 열 살이 되면 어른의 말을 듣고 순종하는 법을 배운다’는 유교의 가르침 앞에서 장계향은 체념한다. 그러나 그는 부인·며느리·어머니로 제한된 자신의 자리에서 계란을 훔친 여종을 감싸고, 기근으로 좀도둑질에 나선 아이들과 빈곤에 신음하는 여성들을 끌어안으며 어린시절 책에서 배운 대로 행한다.

청소년 대상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될 것 같다. 장계향과 <음식디미방>에 대해 사전 지식을 쌓고 책을 펴면 좋을 듯싶다.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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