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앙드레 마르와 글·쥘리엥 카스타니에 그림, 김현아 옮김/한울림어린이·1만5000원
‘분쟁광물’은 전쟁과 범죄에 얽혀 있는 금, 주석, 탄탈, 텅스텐 등을 일컫는 말로 이제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표현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전 세계 기업들에게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돈’으로서 값어치가 떨어지지 않는 한 분쟁광물을 둘러싼 비극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 비극의 주인공이 ‘어린이’라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거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한 광산에서 깨어난 희귀 금속 ‘탄탈’(탄탈럼·원소기호 Ta)의 시각으로 아이들을 둘러싼 ‘슬픈 사연’을 조명하는 책이다.
열 살 노르베르의 곡괭이질로 깨어난 탄탈은 군인들의 감시 속에 좁고 어두운 갱도에서 하루 열두 시간 바위를 깨는 아이를 보며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뇐다. 왜 열 살짜리 아이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까? 스마트폰 한 대에 약 0.02g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진 탄탈은 전자제품의 전류를 조절하는 부품에 쓰이는 중요한 광물이다. 비극은 탄탈을 추출하는 콜탄의 전 세계 70%가 콩고에 매장돼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오랜 내전을 겪었던 콩고에서 콜탄은 반군의 주요 자금줄로 생산량 증대를 위해 아이들까지 동원했다. 내전 과정에서 콜탄을 두고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고 한다.
노르베르와 작별한 탄탈이 비행기에 실려 날아가 만난 아이는 중국에 사는 16살 ‘루한’이다. 그는 스마트폰 부품 조립 라인 앞에서 공장 관리자들의 겁박에 떨며 저임금 노동에 매달린다. (유럽으로 추정되는) 대도시의 부유한 아이 토머스의 손에서 스마트폰으로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낸 탄탈은 버려진 전자제품들과 함께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다. 역시 ‘값싼 노동력’인 아이들의 손을 거쳐 스마트폰에서 해체된 탄탈은 생을 마감한다.
탄탈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스마트폰 한 대에 얽히고설킨 세계 곳곳의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게 된다. 아동 노동 착취, 끊임없이 물건의 구매를 권하는 소비주의, 환경 파괴 등 전 지구적 문제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닿을 수 있다. 검정과 빨강 두 가지 색으로만 그린 그림은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탄탈은 콩고나 중국 아이들의 ‘불편한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토머스에게 말한다. “너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토머스. 그냥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뿐이야.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보는 게 좋겠다는 거지.” 저자가 읽는 이에게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인 듯싶다. 9살 이상.
이승준 <한겨레21>기자
gamja@hani.co.kr 그림
한울림어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