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우주론을 만든 위대한 발견들
찰스 세이프 지음. 안인희 옮김. 소소 펴냄. 1만2000원
찰스 세이프 지음. 안인희 옮김. 소소 펴냄. 1만2000원
‘우주는 어떤 모양일까, 그리고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우주론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불과 반세기 전이다. 주로 핵물리학의 발전 덕분이었다. 수소·헬륨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는 우주 화학원소들이 어떤 조건에서 생성됐을지를 규명하려는 가설들에 이어, 태초 우주가 팽창하며 냉각해 지금 우주에선 미약한 빛으로 남은 ‘우주배경복사’가 1960년대 실측되면서 우주론은 비로소 과학으로서 뿌리를 내렸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찰스 세이프가 쓴 <현대 우주론을 만든 위대한 발견들>(소소 펴냄)은 ‘대폭발(빅뱅) 우주론’이라는 뼈대를 유지하는 현대 우주론을 낳고 성장시킨 과학적 발견의 역사를 빠르게 훑는다.
지은이는 현대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혁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지구 중심의 우주관을 버리고 태양 중심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두번째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처음 관측한 천문학자 허블의 대발견과 지금 우주는 대폭발을 통해 ‘시작’했다는 대폭발우주론의 등장이 대전환을 이뤘다. 1997년 이후 우주 팽창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가속 팽창’의 발견, 이에 따른 우주론의 재구성은 세번째 혁명이었다.
우주론 역사 속에서 살아 남은 여러 비유적 설명들이 이 책에서 그림들과 함께 등장해 우주론의 난해함을 조금이나마 누그러 뜨린다. 예컨대, 팽창하는 우주는 팽창하는 풍선에 비유된다. 풍선의 팽창을 담은 영상을 거꾸로 돌리면 아주 작게 쪼그라든 풍선의 태초 모습을 볼 수 있듯이,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태초는 초고온-초고밀의 상태로 그려진다. 또 팽창 우주는 야구 방망이에 얻어 맞아 수직으로 날아가는 공에도 비유된다. 공은 속도를 늦추다가 다시 땅에 떨어지기 시작할텐데, 그건 우주의 ‘대수축’(빅 크런치)를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야구공이 중력권을 벗어나면 계속 날아갈 수 있듯이, 가속 팽창하는 우주의 팽창은 지속될 수도 있다.
우주가 아주 작은 점(특이점)의 대폭발로 시작한 게 아니라 빨랫줄에 걸린 이불 두 장처럼 평행 막을 이루는 두 우주가 ‘대충돌’(빅 스플랫)을 일으키며 시작됐다는 ‘엠(M)-이론’을 비롯해 최근 우주론의 여러 가설들도 함께 다뤄졌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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