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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구를 지켜라

등록 2006-01-05 19:03수정 2006-01-06 15:48

생명의 미래<br>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1만5000원
생명의 미래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1만5000원
생태계 파괴 문제 논쟁을 하기엔 늦었으니
경제-환경 대타협하라 저명 노학자의 참담한 유언
저명한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77)이 어쩌면 22세기 후손들에게 우리가 남겨야 할지도 모를 가상의 유언장을 미리 썼다. 생태계 파괴 시대의 참담한 유언이다. 이대로 간다면 지구에서 야생 지역 대부분이 사라지고 지금의 아마존이나 콩고, 뉴기니도 존재하지 않으며 절반 이상의 동식물 종도 사라질 게 뻔한 2100년쯤 어느날이겠다.

“여기저기 사용하지 않고 남겨 놓은 얼마 안 되는 야생 환경과 함께, 하와이의 합성 정글, 그리고 한때는 삼림으로 울창했던 아마존 잡목 지대를 우리는 당신들에게 유산으로 남깁니다. 당신들이 할 일은 유전공학으로 새로운 종류의 동식물을 창조하고 이들을 독립적인 인공 생태계에 적응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임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합니다. …우리의 사과와, 과거에 존재했던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는 시청각 자료를 받아주십시오.”(134쪽)

윌슨이 2002년에 쓴 <생명의 미래>(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사회생물학자로서, 퓰리처상을 받은 과학저술가로서 명성을 얻은 그가 진지한 자연주의자 또는 적극적 환경주의자라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개발자본과 세계화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미국 보수주의자의 냉소에 각성을 촉구하는 그의 목소리가 새롭다.

이 책은 인류가 지금처럼 개발과 소비를 계속한다면 지구가 인류와 지구 생명을 부양할 능력을 잃는 심각한 상황이 피할 수 없게 다가올 것임을 경고한다. 지구 곳곳에서 무너지고 사라지는 자연 생태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탄원이며, 성장·경제·개발의 가치를 내세우는 이들에게 ‘더 늦지 말자’며 사고의 대전환을 요청하는 호소이다.

지구 행성 차원의 공간에서, 그리고 수십억년에 걸친 진화의 시간에서 ‘생명의 미래’를 바라보는 윌슨의 전망은 무척 어둡다. 지금 생태계의 파국은 30억년이나 오래된 생물 종들의 절멸(멸종)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주요 지점들은 점차 개발되고 파헤쳐지고 있다. 1999년 60억을 돌파한 인구는 이미 일찍이 지구상에 살았던 대형 동물 종의 생물량을 100배 이상 초과했다. 100년 뒤엔 외래종들이 전 세계로 이동해 같은 위도를 따라 세계 여행을 한다면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한 새와 포유동물, 곤충, 미생물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우리 자신과 모든 지구 생명을 절멸시킬 수 있는 ‘병목’으로 스스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야말로 윌슨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경고다. 그래서 인류는 지구 생명들과 함께 ‘병목’의 위기를 안전하게 통과하는 지혜를 짜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투쟁과 논쟁을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경제주의자와 환경주의자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기투합해야 한다고 그는 요청한다. 무엇보다 지구의 자연 환경이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 세대와 지구에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의 것임을 자각하는 ‘관리인 정신’이야말로 21세기 인류의 중요한 윤리적 책무가 됐다고 말한다.

마지막 7장에서 윌슨이 제시하는 ‘지구 구출하기’ 해결책들은 귀기울여 들을 만하다. △모든 관속식물의 43.8%와 포유동물·조류·파충류·양서류의 35.6%가 남아 있는 하와이, 서인도 제도, 브라질의 대서양 연안을 비롯한 25곳의 독특한 생태계를 보호하라. △지상 최후의 야생 지역인 아마존 유역 등 5곳의 원시림을 온전하게 지키라. △모든 호수와 하천의 수계는 중점 보전하라. △세계의 생물 다양성 지도를 완성해 보전에 활용하라. △보전을 통해 이익을 거둘 수 있게 인근 주민의 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찾으라. △세계 경제에 이익을 줄 수 있게, 생물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생명공학을 확산시키라.

극단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라고 말해야겠다며, 윌슨은 장기적으로 지구 표면의 절반만을 인류가 쓰고 나머지 절반은 나머지 생명들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현재 지구의 보호 면적은 10%에 불과하다). 그는 유전자조작 농작물(GMO)도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병목’ 극복을 위해선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슨의 해법은 지구가 마주칠 불가피한 위기 앞에서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경제주의와 환경주의의 대타협 방안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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