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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하염없이 읽습니다

등록 2020-03-20 06:00수정 2020-03-20 09:18

[책&생각 책거리]
요즘 뇌리에 꽂힌 낱말이 ‘하염없이’라는 부사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뜻풀이를 보면, ‘시름에 싸여 멍하니 이렇다 할 만한 아무 생각이 없이’ 또는 ‘어떤 행동이나 심리 상태 따위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되는 상태로’라고 되어 있습니다. 1000쪽이 넘는 대작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를 우리말로 옮긴 나유신 번역가도 “하염없이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조용한 재미가 슬며시 찾아든다”고 밝혔습니다. 책에도 명상 기능, 있습니다.

책뿐 아니라 산책에도 명상 기능이 있지요. 최근 나온 <야생의 위로> <숲의 즐거움> <걷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는 자연과 걷기의 치유 기능을 보여줍니다. 직립보행은 손과 함께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빙하기 얼음 위로 대륙을 건너가든, 제 슬픔을 각자 건너가든 두발 달린 짐승은 어디든 갔고, 손끝으로 발달한 감각능력 덕분에 소통도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손과 팔이 길게 생긴 것은 주먹 쥐고 남을 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남을 끌어안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악수를 나눌 수도, 얼싸안을 수도 없더군요. 우리나라로 치면 박막례 할머니처럼 사이다 발언을 이어가던 어느 이탈리아 할머니 유튜버는 뺨을 맞대고 인사하는 ‘비쥬’ 대신 윙크를 하라고 조언하시던데요. 그 또한 오해를 살까봐 조심스러운 것이긴 합니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소통하며 자연과 질병을 극복해왔습니다. 코로나19시대, 참 길고 괴롭습니다만 문학인의 책무에 대해 일갈한 중국 작가 옌롄커의 글을 읽고 정신을 차려 봅니다. 적어도 역병의 재난 속에서 총소리와 폭죽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하염없이 무력한 독자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말이죠.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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