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우린 얼마나 많은 가짜 숫자들에 둘러싸여 있는가

등록 2020-04-24 06:01수정 2020-04-24 11:35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브라이언 W. 커니핸 지음, 양병찬 옮김/어크로스·1만3500원

가짜뉴스가 판치는 빌어먹을 세상, 스스로의 힘으로 진실을 마주하려면 익혀야 할 기술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숫자 감각은 가장 중요한 범주에 속한다.

1면에 주로 유명인 스캔들을 싣는, 영국의 대표적 황색언론 <더 선>(The Sun)은 2018년 2월12일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싣는다. “유엔의 국제 구호활동가들, 6만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강간하다”. 국제 구호활동가들이 전 세계에서 성적 학대를 저질렀고, 지난 10년 동안 이런 강간 범죄가 6만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놀랄 일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매우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2017년 유엔의 한 보고서에 실린 문장이 시작이다. “작년 평화유지군에 의한 성적 착취 피해자가 311명이다.” 이 문장을 두고 한 유엔 직원이 군인에 의한 성범죄가 300명가량이니 유엔 소속 민간인의 범죄도 비슷한 수준에서 저질러졌을 것으로 보아 600명으로 숫자를 늘렸다. 이어 성범죄의 10%만 보고되기 마련이라는 이론에 따라 여기에 10을 곱했다. 다시 지난 10년간 발생 건수를 다 모은다는 취지에서 다시 10을 곱했다. 이런 숫자를, <더 선>은 머리기사 제목으로 갖다 붙였다. 황당하지만, 돌아보면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다. 흥분하고 절망하기 전 먼저 정신을 차리고 볼 일이다. 그래서 이런 숫자들에 속지 않으려면 ‘숫자 감각’을 길러야 한다.

저자인 브라이언 W. 커니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현대 컴퓨팅의 삼현(三賢)’이라 불리는 이 분야 전설적 존재다. 이 책은, 그가 20년 동안 대학에서 비이공계 학생들에게 수학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숫자 감각을 익히는 법을 모아 쓴 책이다. 숫자를 다룬 책치고 의외로 ‘만만하다’. 주어진 사례들이 죄다 미국 사회와 관련된 것이어서 ‘숫자로 보는 미국 사회상’으로도 읽을 만하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