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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성 노동자들을 통해 본 현대사 100년

등록 2020-05-01 06:01수정 2020-05-01 12:01

달뜨기 마을

안재성 지음/목선재·1만3800원

소설집 <달뜨기 마을>은 일제강점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 한국사 100년을 아홉 인물을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아홉 주인공은 모두 실존인물이며 노동자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1989년 장편 <파업>으로 제2회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안재성(사진)이 5월1일 노동절에 맞추어 냈다. ‘두발자전거’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에 서울 숭인동 조선견직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여성이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취했다. 1910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그는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지만 어머니에게 떼를 쓴 끝에 남장 차림으로 서당에 다닌 데 이어 잠업견습소를 수료하고 자전거로 농가를 찾아 다니며 잠업 기술을 가르치게 된다. “나의 두발자전거는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1930년부터는 상경해서 조선견직 노동자로 일하며 나중에 빨치산 총수가 되는 이현상의 지도 아래 파업투쟁을 벌였고, 신간회의 주역이었던 김연진과 결혼도 한다. 그러나 식민지 시절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이 부부가 전쟁 중 인민군의 서울 점령 기간 중에는 몸을 숨긴 채 인민군에 협조하지 않고, 1·4 후퇴 뒤에는 아산에 월남민들을 위한 토막집을 짓고 그들을 돌보는 일에 매진했다.

전쟁을 무사히 넘기고 나중에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이 부부와 달리, 역시 전쟁기를 다룬 ‘이천의 모스크바’와 표제작 ‘달뜨기 마을’의 주인공들은 체포와 고문, 투옥 같은 고난을 피하지 못한다. 특히 표제작의 주인공 한연희가 흥미로운데, 그는 다름 아니라 소설가 김성동의 모친으로 인민군 치하 충남 보령군 청라면 여맹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성동의 소설집 <민들레꽃반지>에 실린 표제작과 ‘멧새 한 마리’에도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안재성의 소설에서는 한결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투사로 등장한다. 어머니가 사회주의 활동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여맹위원장을 맡았던 것이라 짐작했던 김성동은 뒤늦게 어머니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어머니에게 넙적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구했다.”

안재성. &lt;한겨레&gt; 자료사진
안재성. <한겨레> 자료사진

“광주가 천지사방 팬데믹의 바다였던 오월의 그 열흘”을 여성 노동자의 눈으로 그린 ‘팬데믹의 날’, 원풍모방 노조 출신으로 요양보호사 노조 분회장이 된 여성을 등장시킨 ‘37년 만에 맞춘 퍼즐’, 비정규직 전환 반대 싸움을 그린 ‘스무 명의 성난 여자들’, 그리고 골프장 캐디 노조 이야기인 ‘캐디라 불러주세요’ 등 수록된 작품 대부분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자각과 투쟁이 부각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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