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승 지음/창비·1만7000원 대통령의 취임사부터 ‘국민의 눈높이’, 즉 국민과 정부의 수평적 소통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위해 실행한 제도 중 하나는 ‘국민청원’이다. 보통 사람은 평생 한번 들어가볼까말까 했던 청와대 누리집을 동네 찻집 드나들듯 할 수 있도록 문턱 낮추며 실제로 낙태죄 폐지,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개정, 최근 엔(n)번방 디지털 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한 성폭력처벌특례법 개정 등이 이뤄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의 저자는 ‘국민청원’을 탄생시킨 이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대외협력 책임자로 일하다가 문재인 정부 초기 뉴미디어비서관으로 2년간 국민과 청와대의 직접 소통을 책임졌다. 저자가 국민청원을 설계하면서 게임 디자인을 모델로 삼았다는 게 흥미롭다. 사실 국회청원, 국민신문고 등 국민청원 양식이 없지 않지만 활성화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시민으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일을 게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활동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게 설계의 출발점이었다. 이를 위해 어느 이상 목소리가 모이면 반드시 주요 책임자가 직접 답변하게 해 참여자들의 효능감을 높이도록 했다. 물론 최근 들어 진영논리 싸움의 마당이 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늘고 있지만 “국민이 실제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교육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소통의 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 앞부분은 저자의 경험과 지식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정보에 할애한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스피커들이 어떻게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바뀌고 있는지 빠르고 일목요연한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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