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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마시면 마실수록 꺼내지는 건 / 이원하

등록 2020-06-05 06:00수정 2020-07-03 11:16

마시면 마실수록 꺼내지는 건

                                                    이원하

그어지면 그어질수록 나에게 밀리는 건

나 같아요

마시면 마실수록 우는 사람은 나 같아요

사실 우는 것 같은 기분만 느껴봤지

울어본 적 없어요

밀리면 밀릴수록 도착하게 되는 곳은 바다인데

그곳에 서면 선을 부르게 돼요

하지만 부르면 부를수록

우는 소리 같아서 참아야 해요

참으면 참을수록 얻어지는 건

내일이에요

내일만 몇 년째예요

내일은 아무 소용 없어요

모래 위에 적히지 못하는 파도만큼이나요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문학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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