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서영인의 책탐책틈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오수완 지음/나무옆의자(2020)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임시제본소(2018)
공공도서관의 휴관이 길어지고 있다. 도서관 문이 굳게 닫혀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끔 정처를 잃은 기분이다. 도서관을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휴일에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집 근처의 구립도서관에 갈 계획을 주중에 세워 본다든가 하는 일을 아예 할 수 없어서 아쉽다.
성실하고 학구적인 사람들은 장서량이 많고 특히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책을 소장한 도서관을 가장 이상적인 곳으로 꼽을 것이다. 그러나 나같이 주의 산만하고 게으른 사람에게도 도서관은 꼭 필요한데, 조용하고 산만하게 멍하니 있을 수 있는 장소 중 도서관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의 호펜타운 도서관은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도서관일지도 모른다. 외출 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곳으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싱글맘, 전직 라디오 진행자이자 현직 노숙자, 가명으로 책을 내고 숨어 사는 시인 같은 호펜타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도서관 소장 도서를 소개하는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책은 수학자가 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책’이었다. 가장 공감이 갔던 문장은 이런 것. “이 책은 어느 환경에서나 읽기 괴로웠고 덕분에 읽는 동안 의식은 자꾸만 책의 바깥을 헤맸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생각하면 책의 내용 대신 책을 읽을 당시의 경험이 떠오른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의 저자에게 호펜타운 도서관의 사서 에드워드 머레이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사서일 것이다. 세상에 한 권밖에 없는 책들을 요약한 카탈로그를 만들고 도서관에 딸린 방에서 애인과 동거하는 사서라니. 에드워드 머레이는 이상 속의 사서일 뿐, 현실의 사서에게 도서관은 노동의 일터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아침 여섯시 반에 출근해서 전체회의를 해야 하고 직원봉사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하루씩 무급 노동을 해야 하는 이상한 곳. 책을 좋아하는 그는 그곳에서 책을 정리하고 나르고, 부당한 노동에 항의하는 문서를 만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서관에 없는 책을 만드는 일, 독립출판을 시작한다. 어쩌면 호펜타운 도서관에 소장된 어디에도 없는 책들은 이렇게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현실과 이상이 괴리되지만 또 기묘하게 만나기도 하는 곳, 그래서 도서관이 다시 열리기를 기다린다.
어쨌거나 할 일 없이 도서관에 앉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읽다가 아무 책이나 기웃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그런 날이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때는 카운터에 앉아 바코드를 찍는 사서들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져 있겠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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