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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오디오북 출판이 성장하려면

등록 2020-07-31 05:00수정 2020-07-31 10:27

[책&생각]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세계 최대 오디오북 시장은 미국이다. 퓨리서치센터가 2019년에 조사한 미국 성인의 오디오북 이용률은 20%였다. 2015년의 15%에서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처음으로 ‘독서율’에 포함해 조사한 성인의 오디오북 이용률은 3.5%였다.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 초·중·고 학생의 오디오북 이용률은 18.7%로 꽤 높게 나타났다. 새로운 미디어 이용이 빠른 20~30대의 경우 평균치의 2배인 6%대의 이용률이었다. 이처럼 연령이 낮을수록 오디오북 이용률도 높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디지털 생활양식의 확산으로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고전을 면치 못한 종이책과 달리 디지털 콘텐츠 성장 추세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그럼 저자나 출판사도 그 덕에 살림이 좀 나아졌을까. 아직 그 효과에 대한 체감은 없는 듯하다. 시장과 문화가 성장하는데 콘텐츠를 창작하고 상품화시킨 이들이 재미를 보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소문난 독서가로 알려진 배우 김혜수는 한 오디오북 업체의 광고에서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핑계가 뭔 줄 알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라고 일갈하며 독서를 음악처럼 들을 것을 권한다. 이 광고는 “책이 연기를 시작했다”며 전문 성우의 목소리와 음향 효과로 한층 깊어진 독서 생활을 경험하라고 전한다. 종이책 한 권도 안 되는 가격에 무제한으로 오디오북을 즐기라고 하는데, 첫 달 무료 이용 후 다음 달부터 9900원을 내면 오디오북을 무제한 들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 광고다.

이 업체 말고도 상당수 오디오북 업체는 특정 소설을 여러 명의 성우가 목소리 연기로 극화시킨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책을 소개하며 저자와 출판사 외에 연출자, 극본, 출연자를 명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지 않고 종이책 분량을 대폭 줄인 경우도 많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한 글로벌 오디오북 업체는 최근 로맨스 웹소설을 멀티캐스트 요약형 오디오북으로 서비스한다. 여러 명의 낭독자가 책의 줄인 내용을 연기하는 방식이다. 또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차별화 경쟁으로 ‘오리지널’ ‘단독’ 등 독점 서비스가 흔하다. 이 때문에 최신 베스트셀러의 오디오북 발행이 많아졌지만 어떤 책을 어디에서 서비스하는지 검색조차 어렵다.

이처럼 현재 오디오북 시장은 월정액 구독에 따른 저자와 출판사 수익의 저감, 요약본 또는 발췌형 오디오북의 원작 훼손, 담담한 읽기가 아닌 연기와 극화에 따른 상상력의 제한과 불필요한 제작 단가의 상승, 책의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한 독점 서비스, 종이책 및 전자책과의 연계 서비스 미흡 등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전자책 사업처럼 오디오북 역시 출판사가 아닌 유통판매사 주도의 각자도생식 제작·판매 모델을 취하면서 생긴 폐해가 적지 않다. 출판산업의 신성장과 오디오북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출판계 주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모색되어야 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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