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석(왼쪽) 서울 종로구 책방이음 대표와 정병규(오른쪽)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정회장이 19일 온라인 라이브방송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제공
“전국의 동네책방들이 모여서 도서정가제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루하루 책방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함께 연서명하고, 라이브방송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도 매우 힘겹습니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기 때문입니다.”(조진석 서울 종로구 책방이음 대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11월20일 개정 시한을 앞둔 도서정가제 관련 개정법률안의 뼈대를 이달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동네책방들이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전국 100여개 서점들의 모임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회장 정병규·이하 책방넷)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하는 전국 동네책방들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재확산 탓에 비대면 온라인 라이브방송으로 진행했다. 성명서에는 책방넷 외에도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 그림책협회, 전국북스테이네트워크 등 10여개 출판·문화 단체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지난 2018년 10월 지속가능한 동네책방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 창립되었으며 전국 100여곳의 동네책방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단행본 도서를 주로 취급하며 관련 문화를 지역에서 만들어가는 작은 서점 결사체인 셈이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정부가 돌연 ‘소비자 후생’을 이유로 도서정가제를 폐지 또는 후퇴시키고 전면 재검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민관협의체의 오랜 의견 수렴으로 결정된 합의안을 무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갑자기 전면 재검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출판문화생태계가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으며 정부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도서정가제의 긍정적인 효과로 △독립서점 대폭 증가(2015년 97곳→ 2020년 551곳) △신생 출판사 증가(2014년 4만4148개→ 2018년 6만1084개) △신간 발행종수 증가(2013년 6만1548종→ 2017년 8만1890종) △도서만 판매하는 전국 ‘순수서점’ 수 감소세 완화(2013년 2331곳→ 2019년 2312곳) 등을 예로 들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독서인구가 줄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하며 “독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시간이 없어서’(19.4%, 책의해 조직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발간 자료)라고 조사된다”고 밝혔다.
책방넷은 이날 “도서정가제는 불완전하지만 그나마 그런 안전장치 덕분에 서점·출판사를 차리는 청년 창업이 늘고 독립서점이 전례없이 증가하며 풍성한 책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며 “거짓정보에 기반해 도서정가제를 없앤다면 출판사들은 책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고, 힘없는 출판사들과 동네책방이 줄폐업하고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정가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등에서 단독 특별법으로 제정·시행중이다. 프랑스는 특히 책방 개업 시 각종 혜택과 ‘반아마존법’ 시행으로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정가의 5% 이내 할인과 무료배송을 허용하는 등 문화산업으로 출판 서점계의 다양성을 보호한다.
한편, 출판·서점·작가단체로 이뤄진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2시 현판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이 참가하고 있다. 단체들은 20일 오후 2시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도서정가제 관련 긴급 현안 토론회를 연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