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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원 지음/산지니·1만6000원 “오늘 안정적인 일자리가 내일은 없어질 수도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안전망 위에서 살아갈 수 있다.” 낙관 같기도, 비관 같기도 한 말이다. 책 제목부터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라니, 노동의 유연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건가? 아리송한 제목만큼 노동문제에 관한 한 획기적인 사유의 전환을 촉구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모두가 ‘좋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고체’인 노동만 보호하던 관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너무 딱딱하던 노동은 좀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너무 흐물흐물하던 노동에는 탄성을 줘야 한다.” 책을 보면, 정규직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정규직은 법적 용어가 아니고, 가장 가까운 표현이라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정규직 통계는 기관마다 다르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도 의미가 뒤섞인다. 무기계약직은 은행 창구직 여성 채용이 남녀고용평등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판명되자 2000년대 후반에 발명된 고용형태다. 지은이는 ‘60%대 정규직’이란 통계청 조사 결과가 결코 우리 사회가 동의하는 ‘그 정규직’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정부가 인정하라고 한다. 책 후반부는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핵심인 차별, 출세주의와 플랫폼 노동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플랫폼 노동이라고 모두 노동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편다. 과연 그럴까? ‘사이다 해답’을 기대하기보다 지은이와 이야기 나누며 걷는다는 느낌으로 읽기 좋은 책. 지은이 황세원은 <국민일보>에서 10여년간 기자로 일했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희망제작소, 랩(LAB)2050을 거치고 지금은 ‘일인(in)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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