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박현주의 장르문학읽기
영원의 밤
이소민 지음/엘릭시르(2020)
TV에서 90년대에 20대를 보낸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인 Y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Z세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진 자동차 광고를 보았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스마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2000년대 생, 광고에서 묘사한 Z세대이다. 매 시대의 신세대들이 그러하듯이 Z세대 또한 피상적으로 신기술에 민감하고 개인적인 성향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모든 신세대는 각 시대만의 특징을 체화하고 있기도 하다.
제3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을 공동 수상한 <영원의 밤>은 작가의 의도를 넘어선 흥미로운 Z세대 보고서이다. 고전적 학원 서스펜스 미스터리의 양식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현실적이 되기에는 형식적인 면이 지나치기는 하나, 예술 고등학교 발레 전공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현재 10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냈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런던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은호는 예고 발레 교사인 동생 은지가 학교에서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는 소식에 서둘러 귀국한다. 은지는 지젤이 자기를 죽이려 했다며 불안해하고, 은호는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동생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다. 예신 예고의 발레 전공 학생들은 지젤 공연을 한참 준비 중이고, 은호는 그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영원의 밤>은 Apparition(유령)부터 Zillion(셀 수 없을 만큼 큰 수)까지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장이 매겨져 있고, 학생들도 대체로 실명이 밝혀지지 않은 채 알파벳으로만 표시가 된다. 은호는 알파벳 순서대로 인터뷰하면서, 이 일들이 그 전해 죽은 지율이라는 아이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낸다. 10대의 여학생들이 학교를 찾아온 30대의 남자 기자에게 속마음을 순순히 털어놓는다는 설정은 조금 의아하기는 하지만, 이에도 합당한 설명은 있는 영리한 소설이다.
소녀들은 모두 발레를 하고 있다는 점은 같지만, 취향도 욕망도 제각각이다. 미드의 추리물 팬인 소녀, 화학에 관심이 있는 소녀, 미신에 매달리는 소녀, 익명성에 감춰진 개별성이 스펙트럼으로 이어져 한 세대를 구성한다. 모두 제각각이어도 태도는 유사하다.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계급 구분에 분개하면서도 그를 체념하는 정서도 일반적이다. 그러면서도 차별과 경쟁을 부추겨서 그들을 착취하는 어른 세대에 대한 혐오를 공유한다.
사건의 중심에는 모든 것에 뛰어난 학생 라연이 있다. 라연은 지젤 공연에서는 복수를 대행하는 윌리의 여왕 마르타 역을 맡는다. 선생님 대신에 발레 연습을 이끄는 라연은 자신들의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윗세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차세대의 지도자이다. 이 소설의 전율은 이렇게 Z세대의 자기충족적 성격에서 나온다. 괜히 공감하는 척하는 멘토나 지지자는 소용없어. 복수조차도 내 손으로 행할 거야. 그들은 다른 세대를 향해 말한다. 우리는 가만히 당하지 않고, 그렇게 아름다워질 거야.
작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