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을유문화사·1만8000원
나는 있어 고양이
김영글·김화용 외 지음/돛과닻·1만8000원
<나는 있어 고양이>의 공동저자로 참여한 미술작가 이수성씨의 아이와 반려묘의 모습. 돛과닻 제공
코로나 감염 우려로 재택 근무를 하는 이들이 늘자 집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반려동물과 ‘집콕’ 생활을 하는 이들을 ‘펫콕족’이라고 부른다. 이런 ‘반려인’을 세밀하게 들여다본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과 <나는 있어 고양이>다. 전자는 반려인의 역사와 특징을 탐구한 교양인문서이고, 후자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이자 미술가들이 쓴 ‘반려 생활’ 에세이다.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집사’이자 작가인 재키 콜리스 하비가 쓴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는 인간과 동물이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오랜 흔적을 좇는다. 1999년 6월 프랑스 쇼베 동굴에서 발견된 2만 6천년 전 사람과 개의 발자국 화석은 인간이 동물의 친구였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증거였다.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던 16세기, 영국 켄트주의 뉴롬니라는 마을에서 발간한 ‘가구 간이 등록 명부’를 보면, 귀족부터 천민까지 모든 계급에서 개를 키웠다.
화가 안소니 반 다이크의 1637년작 <찰스 1세의 다섯 자녀>. 을유문화사 제공
지은이는 인간이 동물과 가까워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이름 짓기’라고 말한다. 이름을 짓는다는 건 인간과 동물 양쪽 모두를 변화시키는 행위라고. “동물에게 붙은 이름은 인간이 그 동물을 자신의 공간으로 들였음을 알리는 비유이자 상징이며, 동물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고 인간과 동물을 운명 공동체로 만들어 주는 장치다.”
이름 짓기는 소통하기로 이어진다. 지은이는 이름을 지어주며 반려의 존재가 된 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근감각적 공감’이 형성된다고 분석한다. 근감각적 공감은 말없이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 반려동물과 관계를 맺으며 다른 존재 즉 타자,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알아간다. “반려동물로 인해 인간이 동물과 이 세계를 더욱 진심으로 공유하게 된 건 아닐까. 반려동물로 인해 인간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조망할 방법을 찾게 된다.”
실제로 반려동물 덕분에 반려인의 삶은 다양한 빛깔로 변한다. 에세이 <나는 있어 고양이>는 “세상을 꼼꼼히 뜯어보고 면밀히 바라보는 것이 특기”인 미술가 8명이 늘 곁에 있는 고양이와 집사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조각·설치 등의 미술작업을 하는 이수성 작가는 “매일 밤 내 몸 어딘가 살을 대고 잠이 드는” 반려묘 타틀린에게 정서적 교감을 받는다. “우울할 때면 (타틀린은) 곁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얼굴을 비비며 위로”했고 “방에서 혼자 울고 있는 내 품으로 들어와 귀를 핥아주었다.” 13년째 고양이 ‘쥬니’와 사는 미술작가 우한나씨도 반려묘에게 받은 편안함과 행복은 “그저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모나미 153 연대기>의 작가이자 미술가이며 이 책을 낸 1인출판사 대표인 김영글씨는 홀로 세 반려묘를 키우는 험난한 육묘의 현실을 보여준다. 털갈이 시기에 집 안에 수북이 쌓인 털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서, 방광염에 걸린 녹두의 목덜미에 수액 주사를 넣는 법을 익히고 고양이 똥을 어떤 방식으로 모으고 버리는 것이 편리할지를 연구한다. 반려묘는 그에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서 오는 고요한 평화를 선사한다. “사랑해. 많이 사랑한다구, 요다야.”그들은 안다. 서로를 지켜내고 책임져야 하는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