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책읽는사회문화재단 공동기획]
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마지막회) 곡성 ‘자운영독서회’
봄이 한창 무르익는 계절이면 논두렁이나 밭둑에 무더기로 피어나는 홍자색 꽃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자운영이다. 어린잎은 나물로, 잎과 줄기는 약으로 또는 녹비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자운영 꽃은 한 송이보다는 모여 있을 때 더 아름답다.
그 꽃 이름을 따라 지은 ‘자운영독서회’는 2002년 6월에 만들었다. 회원은 11명이고 농부, 경찰, 연극인, 논술 강사, 관광해설사, 자영업자, 주부 등 직업이 다양하다. 매달 둘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 곡성문화원의 심청곡성학연구소에서 정기 모임을 열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3월, 4월에 이어 8월 모임을 열지 못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시골에서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독서 동아리가 장기간에 걸쳐 유지된다는 게 결코 쉽지가 않다. 함께했던 회원들이 이사나 취업으로 탈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독서회는 그동안 강진주부독서회와의 자매결연 및 문학기행, 시 낭송 및 시화전, <책 읽는 기쁨> 문집 발간, 작가와의 만남 등 다채로운 행사를 꾸준히 해왔다.
2018년 8월 곡성문화원에서 연 ‘오정희 작가와의 만남’ 행사 사진. 가운데 왼쪽이 소설가 오정희.
자운영독서회 회원들은 매달 인문학,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선정한 책 1~3권을 읽는다. 올해 5월에는 <당신이 옳다>, <일본산고>를 읽고 고민 상담을 하는 등 이야기를 나눴다. 6월에는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기술중독사회>, <2050 거주불능지구>를 읽고 팬데믹 현상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토론을 펼쳤다. 이 책을 읽고 박선자 회원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이라서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소회를 밝혔다. 9월 하반기에는 사랑을 주제로 담은 소설인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읽고 토론할 예정이다.
자운영독서회 회원들은 토론과정에서 독서경험과 생활경험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나누는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라고 말하는 김혜순 회원은 “독서회를 통해 편독과 오독이 많이 줄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정기모임과는 별도로 대하소설 강독모임도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곡성뿐 아니라 남원, 전주, 광주에 사는 분들이 참여해 지난해 12월부터 <토지>, <혼불>, <아리랑>을 함께 읽고 있다. 모임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혼불문학관의 해설사인 김선주 회원은 “<혼불>과 <토지>의 시대 배경 등 연관성을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고, 전주에 사는 안기순 회원은 “먼 길 운전해 곡성에서 여는 모임에 오고 있다”라며 “이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게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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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고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