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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그림으로 만나는 생명의 신비

등록 2006-01-19 19:02수정 2006-01-20 15:34

생명의 파노라마<br>
말론 호아글랜드·버트 도드슨 지음. 황현숙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2만5000원
생명의 파노라마
말론 호아글랜드·버트 도드슨 지음. 황현숙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2만5000원
과학자와 화가가 만나 그림책을 펴냈다.

미국 의학자 말론 호아글랜드(미국과학아카데미 생화학 분야 회원)와 화가 버트 도드슨이 만난 건 1988년. 박테리아부터 사람에 이르는 생물계의 다양성과 통일성에 반한 둘은 생물계의 모든 것을 과학 그림책으로 구현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1995년에 출간된 과학 그림책 <생명의 파노라마>(사이언스북스 펴냄)는 그동안 둘 사이에 오간 숱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태어난 책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 不如一見)이라는 말은 과학에도 통하는 말이다. 복잡한 과학적 설명들이 적절한 과장과 단순화, 비유를 거친 그림을 통해 간결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무엇보다 맨눈으론 볼 수 없어 실감하기 힘든, 디엔에이·아미노산·단백질 같은 분자 수준의 미시세계에서 벌어지는 생화학 과정들이 그림책에서 알기 쉽게 구현됐다.

두 지은이가 다른 곳에서 빌려왔거나 새로 창안한 여러 비유들이 눈길을 끈다. 디엔에이 염기를 ‘문자’로 이해한다고 치면, 유전자는 어떤 의미를 담은 ‘문단’이 되고, 수천개의 유전자가 뒤엉킨 염색체는 ‘한 권의 책’이 되며, 한 생명체의 모든 염색체를 아우르는 유전체(게놈)는 ‘전집’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또 원자를 작은 총알 크기에 비유한다면, 분자는 구슬 크기에, 분자 구조물은 화물자동차 크기에, 세포 정도는 대형 선박 크기에, 그리고 사람몸은 북아메리카 대륙 크기에 비유될 만하다.

그림으로 보는 생물학 교과서를 닮은 이 책은 모든 생물이 지닌 16가지 특징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생물의 에너지·유전자·생명장치, 생명 조절의 피드백, 그리고 발생과 진화의 이야기를 여섯 마당에 나누어 구성했다. 분자의 미시세계에서 출발해 모든 생물을 통일체로 이해하는 개념인 ‘진화’로 나아간다.

지은이들에게 그림은 어느덧 배움의 매개물이 됐다. “과학자는 선생이 되고 화가는 학생이 되어 설명하고, 질문하고, 연구하고, 논쟁했다. 어느날 화가(버트)가 양면에 펼쳐진 그림을 들고 나타났을 때, 과학자(말론)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사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제 화가가 선생이 되고 과학자가 학생이 되었다.”(‘저자의 말’)

전문적인 과학 일러스트레이션의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국내 현실에서 이처럼 과학자와 화가가 오랜 동안 토론·검증을 거치며 만들어낸 과학 그림책은 또 한번의 부러움을 던져줄 만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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