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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환상문학 제값 매기기

등록 2006-01-19 19:22수정 2006-01-20 15:33

방민호 평론집 <행인의 독법>
방민호 평론집 <행인의 독법>
방민호(41·서울대 국문과 교수)씨가 네 번째 비평집 <행인의 독법>(예옥)을 묶어 냈다.

방씨는 1994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으며 진보진영 평론가군의 대표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진보진영=민족문학=리얼리즘’이 문단의 상식이라면 상식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방 교수가 이번 책에서 문학의 환상성을 적극적·긍정적으로 재평가하려는 시도는 주목된다. 그는 문학사 속의 작품들과 동시대 작품들 가운데 환상성이 강한 작품들을 추려 두 권의 <환상소설첩>을 엮어 낸 바 있는데, 이번 평론집에 그 책의 서문과 또 다른 환상소설론을 함께 실어 환상문학에 대한 관심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이광수와 카프로 대표되는 한국 문학의 주류는 계몽주의적 또는 정치주의적 담론 구조 속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런 상황에서 “육체, 욕망, 꿈, 자의식, 초월 의지와 같은 주제들은 문학 생산과 문학 담론의 주변부로 밀려나버렸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 문학이 억압해 온 환상성에 제 몫을 부여해 줌으로써 문학이 좀 더 풍성해짐은 물론 현실적 응전 효과 역시 거둘 수 있음을 역설한다.

환상성을 강조하는 만큼 좁은 의미의 리얼리즘을 고집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의 현실적 맥락 또는 ‘정치성’을 아예 사상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방 교수의 이런 미묘한 입지는 배수아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권리 소설 <싸이코가 뜬다>에 대한 평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두 소설이 각기 독일과 일본이라는 외국을 무대로 삼고 주인공의 사변을 서사의 중심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에세이스트의 책상>에 대해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배수아씨가 표현하고자 하는 한국사회의 병적 증상들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불만족을 느끼”는 반면, <싸이코가 뜬다>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북아시아 심상지리의 위치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평론집의 다른 글들에서 그는 공지영, 공선옥, 김이은씨 등을 고평하고 김영하씨의 장편 <검은 꽃>에 대해서는 비판적 지적을 더하고 있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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