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닝
이라영·김산하·김사월 외 지음/동녘·1만4000원
“비건 식사는 하루에 세 번씩 기후변화와 코로나 바이러스 방지를 위해 투표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우리 한 명 한 명의 표가 모여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속가능디자인 연구원 박규리)
<비거닝>은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 야생영장류학자 김산하, 포크 가수 김사월 등 작가 10명이 쓴 ‘나의 비건 라이프’이다. ‘비건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계기부터 채식을 이어가면서 겪는 고민과 좌절, 공장식 축산에 관한 진지한 성찰 등을 촘촘히 담았다.
육식과 기후위기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서 채식을 시작한 포크 가수 김사월은 “어디에나 넣어 먹어도 맛있는 다양한 버섯들,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는 해초류, 크리미한 질감을 더해주는 두유와 들깻가루”의 향과 맛을 알게 됐다. 비건 취재를 하며 ‘자의 반 타의 반’ 채식을 한 신소윤 <한겨레> 기자는 “식재료를 다듬다 물컹하는 고기의 느낌에 돼지나 소의 눈빛을 상상하는 순간”이 잦아졌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페스코 베지테리언(어류 등을 먹는 채식)과 비건(완벽한 채식)을 오가는 조한진희씨에게 채식은 “다른 존재의 고통을 줄이고, 파편화된 관계를 연결시키며, 기후 위기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구하고, 지구를 살리는 거대한 협업에 동참하는 행위”이다.
지은이들은 채식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들에게 불완전한 채식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응원한다. 일단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고기 없는 월요일이나 고기 없는 아침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완벽함을 벗고 여유를 가지면 충분히 즐겁고 자유로운 ‘비건 라이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