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닮았는가
김보영 지음/아작·1만4800원
<얼마나 닮았는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에스에프(SF) 작가 김보영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지난 10년간 쓴 ‘엄마는 초능력이 있어’ ‘0과 1 사이’ ‘고요한 시대’ 등 중단편 10편을 묶은 것이다. 가상 미래를 배경으로 여성혐오와 차별,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 등 현실의 어두운 면을 서늘하게 담아낸 작품이 실려 있다.
표제작 ‘얼마나 닮았는가’는 2018년 제5회 에스에프 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표류하는 우주선에 탄 에이아이(AI)가 목격한 인간의 폭력성을 그렸다. “인간의 야만성이 분출될 만한 취약한 구멍”이 된 에이아이는 인간들로부터 구타와 성추행을 당한다. 그 속에서 그는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차별하고 배척하는 인간의 민낯을 마주한다. “실상 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
‘빨간 두건 아가씨’는 남성들이 절대다수인 기울어진 세상에 사는 여성들의 잔혹사를 그린다.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일상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남자로 몸을 바꾼다. 이런 세상에 균열을 내려고 빨간 두건을 쓴 한 여성이 홀로 거리에 나와 걷기 시작한다.
작품들은 잔혹한 폭력과 혐오의 세계를 응시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서로를 비추며 존재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각각의 존재는 그 자체로 독립적 세계인 동시에 서로 연결된 우주라는 것. “우리는 구별된 존재가 아니야. 모두 서로 섞여 있어. 같이 보낸 시간만큼 서로를 공유하고 있단다.”(‘0과 1사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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