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우리 국민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높지만, 정치 성향 또는 지지 정당 별로는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의 ‘거버넌스의 다양성 SSK(소셜사이언스코리아) 연구사업단’(단장 박종민 고려대 교수)이 수행한 ‘코로나19의 사회적 영향과 시민의식에 관한 패널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전국의 만 18살 이상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19~24일 진행한 이 여론조사 연구를 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인식은 정치이념이나 지지 정당 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 평가나 재난지원금 효용에 관한 평가에서는 이념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자신을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76.5%가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밝힌 데 반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는 20.9%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또 재난지원금 효용와 관련해 진보 응답자의 83.3%가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됐다고 밝힌 것과 달리, 보수 응답자는 52.6%가 도움이 됐다고 밝혀 양자 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런 편차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감염병 위험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평가할 때는 당파적 요인이 개입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대응이나 재난지원금의 효용을 평가할 때는 당파성이 깊게 개입돼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공공안전을 위한 시민자유의 제한’과 관련해 국민의 절대다수는 ‘불필요한 이동 및 대규모 모임 금지’(94.0%), ‘다수가 모이는 모든 종교 행사 금지’(91.7%) 등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대해 ‘지지한다’고 답변했다. 또 응답자의 93.4%는 ‘코로나 전파 최소화 행동규칙을 어긴 국민을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90.2%는 ‘코로나 대처가 국민의 자유 제한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코로나 대처가 경제성장보다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84.9%에 이르렀다. 하지만 ‘코로나 해결에 민주인지 독재인지 중요치 않다’는 항목에는 53.2%가 긍정적으로 답해, 권위주의적 해법에는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간호사·배달운수노동자를 비롯한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직업군과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에 대해서도 80~90%에 이르는 압도적인 다수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런 결과는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기가 사회적 연대의식의 확산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단은 밝혔다. 또 주요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84.5%에 이르렀지만, 중국(27%), 유럽(10.8%), 미국(5.1%), 일본(3.8%)의 대응에 대해서는 매우 낮게 평가했다. 또 이런 평가에는 지지 정당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고 연구단은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시간제 아르바이트(66.8%), 프리랜서·특수형태근로자(56.1%), 임시·일용직(52.2%), 자영업자(34.7%) 순으로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인 소득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6개월 동안 자영업자(79.3%), 프리랜서·특수형태 근로자(68.5%), 고용주(66.5%), 임시·일용직(56.0%) 순으로 ‘나빠졌다’고 답해 전반적으로 소득이 감소하는 가운데 특히 자영업자와 특수형태 근로자들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한국에서 코로나 위기가 한편으로 이념과 정치성향에 따른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동시에 사회적 연대에 대한 자각과 지지를 높이기도 한다는 양면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고명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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