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훈 지음/여문책·2만5000원 “한 사람의 사연은 수없이 많은 사람의 사연이다.” <이산>을 관통하는 인식이다.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한성훈이 저술한 이 책에는 수많은 ‘한 사람’들의 사연이 담겼다. 한반도 분단으로 ‘헤어져 흩어질’(이산·離散)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주인공이다. 이 삶의 이야기들은 “이산이 단일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기억을 소환하며 생애에 걸쳐 순환함을 보여”준다. 한성훈의 시선은 해외동포 월남민들의 평양 방문과 이산가족 상봉을 향한다. 1983년 6월 한국방송(KBS)의 이산가족찾기 프로그램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모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해외동포들의 이산가족찾기 노력이 시작됐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노력의 중심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행된 한인 신문 <뉴코리아타임스>가 놓여 있다. 전쟁 때 월남한 뒤 1960년대 중반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한 전충림·김순영 부부가 <뉴코리아타임스>를 펴내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이 신문은 이산가족찾기 사업을 진행했다. 1979년 4월 전충림이 평양을 방문해 32년 만에 누나를 만난 이래 1980년부터 <뉴코리아타임스>는 1990년대 중반까지 이산가족의 평양방문 사업을 벌였다. 1992년까지 12년간 “미주동포 5000여명의 북한 방문을 주선”했다. <뉴코리아타임스>와 캐나다 토론토 해외동포 이산가족찾기회가 남긴 활동자료들, 즉 분단과 이산에 바탕한 개인들의 신산한 사연이 담긴 편지, 수기, 방북기와 여행기 들을 비롯한 각종 자료들은 이 책의 커다란 줄기를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이다. “남북한 국가의 체제 논리와 필요에 따라 왜곡되어온 월남민들의 이산가족 만남이 분단사회를 재구성하는 원동력”이며 “반공의 우상을 허물고 분단사회를 극복하려는 인도적 관점의 노력”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담긴 비극의 역사는 개인사와 정치사의 교차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산가족찾기 사업이 분단에 따른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점에서 ‘서사’가 어떤 중요한 지점에 놓여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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