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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수염 난 채식주의자 로큰롤 가수의 행복한 분투기

등록 2020-12-04 04:59수정 2020-12-04 10:59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전범선 지음/한겨레출판·1만3800원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청년이 컬럼비아 로스쿨 진학을 앞두고 돌연 로큰롤 가수의 길을 걷는다. 오늘도 부지런히 자식을 대치동에 실어 나르는 어느 부모의 눈에는 악몽일 것이다.

이 로큰롤 가수는 몇 발 더 나아간다. 사찰 음식을 하는 채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공산주의 여성해방운동가의 책을 낸 출판사를 운영하고, 폐업을 앞둔 오래된 책방을 사들인다. 밴드 ‘양반들’의 보컬 전범선은 산문집 <해방촌의 채식주의자>에서 노래하고 글 쓰는 일상이 “행복하다. 삶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의 남다른 행복에 대한 “성찰이자 변명”이다.

그는 “온갖 특권을 누리고 사는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 엘리트”의 길을 밟으면서, 동시에 그 ‘특권'의 바깥을 보게 된다. 민사고에서는 ‘민족사관’의 모순을 체감하고, 다트머스에서는 정체성 정치를 습득하고, 영국에서는 ‘동물해방'에 설득당한다. 전범선의 비논리적인 이력은 특권의 세계를 유람하며 도출한 논리적 귀결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부자유’ 위에 선 특권은 ‘개인으로서의 자유’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전범선의 글은 남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주어진 특권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도 읽힌다. “자유로운 행위도 특권이라면 해방적이지 못하다”는 믿음으로 채식을 한다. “조금이라도 더 시끄럽게 비거니즘”을 떠들기 위해 티브이, 라디오, 유튜브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다. 동물의 고통을 대변할 ‘동물당’ 창당을 주장하고, 기후위기에 맞서 ‘멸종반란’을 이야기한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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