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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월호 생존학생’이 누군가를 돕는 이유

등록 2020-12-18 05:00수정 2020-12-18 10:08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김은지 지음/마음의숲·1만4500원

안산 단원고에 강아지 두 마리가 입양됐다.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의 심리치유를 위해 학교에 강아지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서다. 골든리트리버 두 마리를 기부받았고 이름은 ‘단이’와 ‘원이’라고 지었다. 학생들은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강아지와 산책도 하고 훈련도 했다. 1년 남짓 강아지들은 학생들의 돌봄을 받았다. 강아지가 귀여워 마냥 좋기도 했겠지만 돌봄은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일이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 스쿨닥터 김은지 원장은 단원고 학생들의 곁에서 이들이 트라우마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작업을 함께 해왔다. 그가 학생과 만나 겪은 에피소드가 <이제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라는 에세이에 담겼다. 김 원장은 “책임을 분담하고 함께 견디는 시간을 통해 돌봄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면서, 스스로가 어떤 생명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갖는다”며 “책임감마저도 나름의 치료역할을 한다”고 썼다. 세월호 생존학생들은 졸업할 때, 아무도 심각한 자살을 시도하거나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누군가를 돕는 일을 배우는 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스스로 안전기지가 되는 선택을 했다. 트라우마로부터 성장하며 누군가의 도움이 얼마나 좋은지, 또 중요한지를 배웠기 때문일까. 지은이는 세상의 어른들에게 ‘믿을만한 어른이 되자’고 말한다. 아이들이 보호받는 복지 시설을 늘리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뜻이다. 이런 ‘사회 돌봄’은 세월호 이후 세상을 사는 우리가 짊어진 책임과 의무이지 않나 싶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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