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화에 빠지지 않는 두 가지, ‘결혼’과 ‘부동산’이다. 비혼을 결심한 이에게는 둘 모두 달갑지 않다. 가부장제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동산 공화국에서, 결혼과 부동산에 관한 대화는 ‘얼른 결혼하고 집 사라’는 결론으로 흐르고 만다. 최근 출간된 책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김민정, 21세기북스), <혼자지만 아파트는 갖고 싶어>(한정연, 허들링북스)는 다른 결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혼제도에 기대지 않아도, 기성세대가 그토록 강조하는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결혼은…>은 방송작가 출신 지은이가 ‘비혼·여성·비정규직’이라는 ‘페널티’를 갖고도 악착같이 내 집을 마련한 이유와 방법을 담은 책이다. “집 없이 얼마나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결혼을 해서 함께 돈을 모으면 수도권의 작은 아파트라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주거불안에 질식해 잠 못 들던 지은이는 우연히 비혼인‘데도’ 집을 산 지인을 만나고 사고 회로를 확 튼다. “비혼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집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6차례 이사 다니면서 ‘서러움’이라는 단어에 다 담지 못할 일을 수없이 겪은 그였다. 전세금 돌려받으려다 “경상도 여자는 다신 안 받는다”는 소리를 듣고, 옆집 남자에게 사과 한 봉지를 내밀며 소리를 낮춰달라고 ‘간청’한 적도 있다.
기혼자를 위해 설계된 거대한 대출·청약 제도 앞에 홀로 서는 건 또 다른 설움이었다. 혼인신고를 안 해도 “청첩장 한 장”이면 손쉽게 기혼으로 인정받아 대출이 쉬웠던 예비부부와 달리, 그는 ‘디딤돌 대출’을 위해 ‘근무확인서’까지 받아야 했고, 종잣돈 1억원을 만들기 위해 방송사 3곳에서 주 6일 일했다. 결국 대출 끼고 경기 고양시에 20평대 아파트를 마련한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비혼이라고 뭐든 혼자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 (가족의 도움 등) 비빌 수 있는 언덕에는 다 비벼보자.” 내 집 마련으로 최소한의 안정감을 채운 지은이는 주 30시간 노동을 지키며 잔잔한 일상을 회복해 나간다.
<혼자지만…>은 밀레니얼 1인 가구를 위한 내 집 마련 방법을 담은 책이다. 경제지 기자 출신 지은이는 책 첫 장에서 “자식에게 물려줄 집, 그럴듯한 브랜드 아파트를 선망하는 이들이 아니라 그저 안락한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선을 긋고 시작한다. 비혼인은 세금·대출 면에서 약자이지만, 학군 프리미엄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산증식 면에서 불리한 ‘나 홀로 아파트’(세대수가 적은 한 동짜리 아파트) 같은 매물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다는 점을 짚는다. ‘3∼4년 뒤에 팔 거면 사지 마라’, ‘월급이라는 현금줄이 막혔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고 대출하라’는 등 내 집 마련을 마냥 부추기지 않는 지은이의 태도가 미덥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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