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 하늘·땅·자연·몸에 관한 2천 년의 합리적 지혜신동원 지음/책과함께·3만8000원
<신동원 교수의 한국과학문명사 강의>는 책 제목 앞에서 잠시 멈칫하게 된다. ‘한국에도 과학문명이 있었나’라는 의문이 순간 들기 때문일 터다. 그러나 한국과학사 연구자인 신동원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2천여년 동안 모든 분야에서 높은 문명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과학기술이 한국문명 발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한국과학문명에 대한 홍이섭, 전상운, 박성래 등의 이전 연구를 간략히 짚으며 ‘한국의 과학문명사에 대한 조명’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을 인식시킨다. 책은 앞선 연구자들의 성과 위에서 “가능한 한 당대사람 기준으로 본 과학·기술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두었는데 이런 시선이 역사 속 과학문명이 지니는 의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이끈다. 어떤 과학적 성과가 최고라거나 최초라는 데 집착하기보다 주변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때론 창의적·독자적으로 발전해온 과정을 살피며 선조들의 과학적 사고를 짐작해보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준다.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으로 달성한 과학 수준이 중요”하다는 지은이의 말이 나침반이 되어 준다.
‘하늘’ ‘땅’ ‘자연’ ‘몸’ ‘기술과 발명’ ‘한국 근현대 과학사’라는 범주 아래 천문학, 지도와 지리 및 광물질, 농사 비법과 가축·물고기·곤충에 대한 연구, 한의학, 석굴암·금속활자·거북선 등에 발휘된 기술, 서양 문물 도입 이후의 과정 등이 망라되는 가운데 역사적 인물과 유물, 유적이 숱하게 등장하는데 ‘과학문명사’ 안에서 이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해보는 기회가 될 듯하다. 800여쪽에 이르는 묵직한 분량에도 쉽고 간결한 서술이 가독성을 높인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