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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우리는 우리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등록 2021-03-05 04:59수정 2021-03-05 10:5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 길이 없을 때 우리가 나아가는 방법

하미나·김민정·박한희·복길·심미섭·우지안·이은진·최현희·하예나 지음/현암사·1만5000원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한 주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무참히 살해됐다. 가해자는 앞서 들어온 남성 7명은 그냥 보내고 처음으로 들어온 여자를 죽였다. 미세먼지처럼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에 스며든 여성혐오. 근조리본을 단 영정크기의 거울을 든 사람들이 강남역 10번 출구 앞 거리를 검은 침묵으로 물들였다.

각종 범죄와 성폭력·성차별에서 자유롭고 존엄한 ‘사람 여성’으로 살기 위한 목소리를 담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가 나왔다. 거울 시위를 주도했던 ‘페미당당’의 세미나에서 책이 시작된다. 차별과 싸우는 과학 연구자, 낙태죄 폐지 이후를 연구하는 젠더법학연구자,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트랜스젠더 변호사, 초등학교 성평등 교육을 주장하는 교사 등 9명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모였다. 새벽 집 앞까지 따라온 한 남자, 케이팝에서 마주하게 된 혐오, 정복이나 판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존재감 등 일상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벽을 부숴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경씨,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인기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무능한 데릴사위 역으로 나온 정보석은 식모 일을 하는 세경에게 자신을 무시한다며 몰아세운다.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세경은 결국 포기하고 사과한다. 이 장면이 바로 ‘가스라이팅’의 대표적인 예다. 웃어 넘겼던 시트콤 이면에는 젠더 권력에 따른 위계가 깔려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세상이 미쳤다’고 용기 내는 여자들, 이들을 통해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자신만의 관점을 찾아볼 수 있다.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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