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가장 긴급한 공중보건 문제 ‘가정폭력’

등록 2021-03-19 04:59수정 2021-03-19 09:30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성원 옮김/시공사·1만9800원

“전염병만큼 세계적인 건강 문제다.” 흡연이나 마약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3년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당시 사무총장은 가정폭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여성 137명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한다. 미국에선 군대에서 죽는 사람보다 집에서 죽는 여성이 3.3배 많다.(2000∼2006년) 여성인권이 형편없거나 총기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친밀한 남성에게 죽임을 당한 여성은 97명, 사나흘에 한 명씩 죽었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은 살릴 수 있었지만 끝내 죽임을 당한 여자들의 가정을 집요하게 ‘부검’해 가정폭력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가정 내 살인을 어떻게 ‘예견’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지은이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아메리칸대 교수는 피해자 유가족은 물론 가해자의 부모, 친구, 때로 가해자까지 집요하게 취재해 가정폭력의 ‘보편성’을 도출한다.

지은이는 ‘미셸’의 집으로 간다. 남편이 쏜 총에 자녀도, 자신도 잃은 여성이다. 10대 때 만난 남편은 온갖 통제로 아내의 공적 영역을 빼앗더니 급기야 총을 겨눴다. 남편의 폭력은 친정에까지 뻗쳤고, 미셸은 경찰에 신고해 남편을 가두고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아냈지만 시부모의 보석신청으로 헛수고가 됐다. 이 모든 상황이 미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의 폭력)은 시스템보다 더 강력하다.”

책에는 아내 살인을 ‘예견’하는 징후 22가지가 나온다. 목조름, 강제적 성관계, 임신 중 구타, 자살 위협 등이다. 가정폭력을 “가장 긴급한 공중보건 문제”라고 단언하는 지은이가 취재 끝에 얻은 불완전한 백신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