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얻었으니까” 자신을 피해자라 여기지 않았던 혼란
피해자인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10대의 ‘나’에게
그러나 약하고 실수하는 존재라 해서 그걸 착취하는
성매수자의 악취를 자기 것처럼 떠안을 필요는 없어
피해자인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10대의 ‘나’에게
그러나 약하고 실수하는 존재라 해서 그걸 착취하는
성매수자의 악취를 자기 것처럼 떠안을 필요는 없어

강그루 지음/글항아리·1만3500원 누구나 저마다의 현실을 산다. 같은 세상에 살아도, 세상이 나를, 그를, 당신을 취급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부동산 가격이나 연봉 액수에 격차를 느낄 수도 있고, 성폭력 가해와 피해, 방관의 위치에 저마다 선 사람들을 보며 고통받는 사람도 있다. 강그루가 쓴 <악취>의 부제는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으로, 저자가 겪은 미성년자 성착취의 현실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지만 어떤 앱을 쓰는지, 어떤 순간에 사진이 찍히는지에 따라 다른 것들이 보인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칭찬, 공감, 배려에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18살에 알게 되는 이야기다. 강그루의 경우 시작은 아르바이트 구직활동이었다. 자격증을 따는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렸다. 가능해보이는 일을 찾아보기도 했다. 연락한 곳에서는 부모님 허락 없이 일하게 할 수 없다고 거절당했고, 연락 온 곳의 문자 내용은 이랬다. “대학생 오빠들이랑 한 시간 데이트하고 3만 원 용돈 받는 거예요. 돈이 더 필요하면 스킨십하고 2만 원, 잠자리하고 7만 원 더 받을 수 있어용.*^^*” 관심없다고 응대하고 문자를 다 지웠지만, 일을 계속 구하기 어려워지자 ‘데이트만 하면 3만 원’이라는 말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제안한 쪽에서 다시 문자를 했다. 친구는 결사적으로 말렸지만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남자는 데이트니까 치마를 입고 오라고 했다. 교복도 좋다고. “누군가에겐 교복이 방패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교복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첫 데이트는 잠시간의 드라이브로 끝났다. 돈이 생겼다. 남자는 드문드문 사소한 일로 연락을 해 왔다. “미성년자를 성착취하는 어른들이 신고를 당할 경우 연인관계였다고 둘러대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문자를 한두 통 보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남자는 계속 연락했고 계속 만났고 서서히 스킨십을 하게 된다. 애무만 하면 5만 원. 남자가 몸에 올라타고 자위한 일은 초등학교 때 당한 성추행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었지만 “그 일이 내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전의 내가 없어졌다고 느끼면서도 돈 있는 삶이 더 좋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친구들과 매점에서 이것저것 사먹는 데 눈치보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고작 한달 사이에 섹스를 요구받는 단계까지 가게 되었다. 남자의 차에서 내린 뒤 길거리에 우두커니 서서 생각했다. “한겨울 검정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나를 혹시라도 누군가가 본다면 쓰레기봉투라고 생각할 것 같다. 다행이다.” 두달쯤 지나자 남자는 비위를 맞추는 척도 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의 사진작품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오늘’전이 지난 2018년 11월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산갤러리에서 개막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 전시회를 주최한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이 전시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내가 여기 있다(Here I am)’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함께하는 ‘우리가 있다(Here We are)’고 선언하는 당신과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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