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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죽음 앞둔 철학자와 나눈 질병과 삶에 대한 대화

등록 2021-03-26 05:00수정 2021-03-26 10:03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 지음, 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4000원

“죽음이 지금 여기에 찾아왔고 내일 약속조차 못 지킬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책을 쓴다고 하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한 약속을 맺으려 합니다. (…) 분명히 무책임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인생을 완벽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젊은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유방암이 다발성 전이됐다며 만약을 위해 호스피스를 알아보라는 의사의 조언을 듣는다. 예정된 강연을 취소하고 주변 정리를 하려던 그에게 한 모임에서 만난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가 만류한다. “어쩌면 건강한 내가 당신보다 먼저 교통사고로 죽게 될지도 몰라요.” 미야노의 제안으로 두 학자는 병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나누는 편지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2019년 5월부터 여성 학자들이 두달간 주고받은 편지 20통은 미야노가 7월6일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끝을 맺는다. 그는 같은 달 21일 세상을 떠났다.

제목처럼 우리는 대체로 우연히 병에 걸리고 어떤 식으로는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병에 걸린 뒤에는 악화되거나 완치되거나, 얼마나 생이 남았는지 등등에 대해 수치에 기반한 가능성에 의존해 판단을 해야 한다. 악화될 가능성이 30%라면 나는 완치될 것인가, 악화될 것인가. 치료와 일상에 투자하는 노력과 시간은 어느 정도나 배분해야 하나. 암환자라고 규정하기는 쉽지만 환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므로 ‘나’를 구성하는 정체성은 오로지 환자일 수만은 없다. 병과 환자를 오로지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현대 의학의 편협성을 넘어서기 위해 두 저자가 나누는 고민과 통찰은 ‘필연의 죽음’을 앞둔 누구라도 되씹어볼 만한 이야기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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