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
이병철 지음/천년의상상·1만8000원
우리는 태어남과 함께 나날이 언어를 듣고 쓰고 읽고 말하며 살아간다. “내 어머니가 쓰셨고, 그분 어머니, 또 그분 어머니가 쓰시던” 말이기에 ‘모국어’라 한다. 저자는 “그 모국어가 편안치 못”하기에 <모국어를 위한 불편한 미시사>를 썼다. 부제인 ‘앙꼬빵, 곰보빵, 빠다빵’은 일본어가 깊이 스민 가운데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가 밀려오는데 우리말은 정립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웠던 우리말 유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첫 묶음에서는 ‘다마’(구슬)와 ‘와리바시’(나무젓가락)를 갖고 놀고 ‘다마네기’(양파)에 ‘다꽝’(단무지)을 먹던 시절에서 시작해, ‘고문관’ 때문에 ‘기합’ 받기 일쑤던 군대 이야기까지, 우리말 환경을 되돌아본다. 둘째 묶음에서는 기자들에게 ‘초록 펜 교사’라 불렸던, 언론사 교열 현장 경험을 이야기한다. 글 쓰는 이들이 알게 모르게 잘못 쓰는 어휘를 살펴보고, 한글 전용을 온전히 반영하지 않는 국어사전을 비판한다. 마지막 묶음에서는 “국어를 다룬 책들이 거의 어휘에 치중”한 데 견줘 “구문에서 우리 말과 글이 나아갈 바를 모색”한다. 특히 조사 ‘~의’와 ‘~것이다’를 비판하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저자는 이 책 전체에 인용을 빼고는 ‘~의’와 ‘~것이다’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이 책은 국어 문법책이지만, 저자가 겪은 생생한 경험과 다양한 일화 속에 녹아든 우리말·우리글 이야기가 에세이처럼 부드럽게 읽혀 무게감이 덜하다. 저자가 보여주는 우리말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오랜 공부로 깊이 다져진 지식들이, 같은 언어를 함께 쓰는 운명 공동체인 우리가 어떻게 모국어를 바로잡고 가꾸어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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