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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어린이에게 ‘세계 시민’에 대해 말하기

등록 2021-05-07 05:00수정 2021-05-07 11:55

[책&생각] 김소영의 그림책 속 어린이

일곱 명의 파블로: 세상의 한가운데서

호르헤 루한 지음, 키아라 카레르 그림, 유아가다 옮김/지양사(2019)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지구 마을’을 관람한 적이 있다. 작은 배를 타고 세계 각국의 특징을 표현한 무대를 돌아보는 놀이기구였다. 강렬한 조명 아래 움직이는 인형들은 화려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배에서 내린 뒤에도 귓가에 주제가가 맴돌았다. 당시 동요처럼 자주 불리던 노래. “세계를 돌고 돌면 별처럼 많은 형제. 알고 보면 우리들은 지구 마을 한 가족.” 요즘도 ‘지구촌’이라는 말을 대할 때면 종종 이 노래가 떠오르지만, 세계화의 그늘이나 가족주의의 폐해를 생각하면 어렸을 때처럼 흥얼거리게 되지는 않는다.

<일곱 명의 파블로>는 ‘파블로’라는 이름을 가진 라틴아메리카 어린이 일곱 명의 삶을 그린 책이다. 페루의 파블로는 깊은 땅속에서 일하는 광부 아버지를 걱정하고, 에콰도르의 파블로는 아마존 밀림에서 어머니와 함께 열매를 따서 생계를 이어간다. 아르헨티나 어린이 파블로는 군사정권의 압제 때문에 멕시코에 건너와 살고 있다. 멕시코 어린이 파블로는 미국에 가기 위해 국경을 넘는 위험한 여행을 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나는 몇 장 앞으로 돌아가 미국 뉴욕에 사는 파블로의 사연을 다시 읽었다. 가이아나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파블로 가족은 다른 가족과 단칸방을 나누어 쓴다. 한 가족이 12시간씩 번갈아 머무는 것이다. 페루와 브라질의 파블로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마치 한 명의 파블로가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하다.

하지만 파블로들은 나약하고 불쌍한 어린이가 아니다. 글 작가 호르헤 루한은 이들의 삶을 ‘불행’으로 요약해버리지 않았다. 페루의 파블로는 잠든 아버지의 가슴에 손을 얹으며 세상의 중심을 느낀다. 에콰도르의 파블로와 어머니는 떠돌이 악단의 연주에 감동받고 오렌지를 건네며 “우리를 잊지 말아요!” 하고 외친다. 아르헨티나를 탈출한 파블로는 ‘군홧발’의 만행을 고발하는 시를 쓴다. 화가 키아라 카레르는 연필과 그래파이트 연필의 거친 선으로 어린이들의 걱정과 두려움을 표현했고, 부드러운 선으로 종이에 온기를 남겼다.

덕분에 독자는 파블로들의 삶을 ‘관람’하지 않고 책 속에 오래 머물며 생각할 수 있다. 이 어린이들은 왜 이토록 고단한 환경에 놓여 있을까? 어린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 어른이 먼저 생각하고 답을 준비해야 하는 질문이다. ‘지구 마을’의 경제적 불평등, 폭압적인 독재정권, 세계의 무관심에 대해 어린이에게 이야기해주자. 어렵고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 가족이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 어린이의 연대는 그렇게 시작된다. 독서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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